피어나는 무덤가

- 피지 못할 무덤가

by 갈대의 철학

피어나는 무덤가

- 피지 못할 무덤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따뜻한 봄날이 오면

너는 피어나지 말라 아니하여도

어김없이 피어나는 고양이 목숨

들녘을 누비는 들꽃의 인생을 지녔다


나도 예정된 시간의

날들이 다가오면


볏짚으로 둘러싸인

따뜻한 겨울을 이고 짊어지며 살아갈

이 긴 겨울에 떠나간 봄을 맞이하고

아직도 피어나지 못할

어느 꽃들의 무덤가에 네 마음이고 싶어라


한 여름 뜨겁던 날에

우물가에 두레박 던져놓고

한 시름 던져 놓고 기다리는 마음을

너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나의 마음에 이해를 돕고자 함이더냐


차라리 미덥지는 못하게

차라리 차가운 시선에 다가선 가을 앞이

어쩌면 내 앞에 늘 배고파 기다리는

어느 행인의 눈빛을 기다리는 듯

던져주는 찬 개밥 그릇에 쌀 한 톨이


지난여름의

뜨거움보다는

쩍 벌어져 타들어가는 허수아비의 인생이

오히려 내 인생의 훈수에

훈방이라도 달래듯이

논밭의 수확이라고 말하지 말어라


그때의 마음은

이미 내 마음의 사향이 떠난 뒤에

찾아오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해갈이 되어 갔으니 말이다


그러니 제발

나의 계절에 피어나지 않은 마음과

목마른 갈증에

단비가 내리지 않는 마음에 담긴

내 기개의 꽃은 꺾지를 말아다오


너는 이중 삼중 곁으로 성벽을 이루듯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도

늘 당연시하는 기풍과 자태에 매료되어

어디선들 아랑곳하지를 않더구나


언제나 뭇사람 들에

시선을 자연스레 받지만

나는 설왕설래하면서

언제 꺼져갈지 모를 등불 아래서

마지막 의식을 행하듯


내일에 떠오를 태양의 한 햇살에

얼어가는 깊이에

어느 무덤가에 소복이 내린

잔설이 그나마 네 이불 인양 대신하는구나


이듬해 따뜻한

대지의 봄기운에 녹아내릴

네 마지막 희망을 건져보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 무덤가에는

아직도 떠나가지 못할

잊힌 듯 사라져 가는 사계의 무덤 앞에는


찬연히 빛나던

아득한 소꿉 시절을 그리워야 할

뒤돌아보던 마음이 언제였었는지


늘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믿음과 소망이었다고

감히 감사히 이루어 게 하소서


2021.12.23 장미의 나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