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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Dec 23. 2021

피어나는 무덤가

-  피지 못할 무덤가

피어나는 무덤가

-  피지 못할 무덤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따뜻한 봄날이 오면

너는 피어나지 말라 아니하여도

어김없이 피어나는 고양이 목숨

들녘을 누비는 들꽃의 인생을 지녔다


나도 예정된 시간의

날들이 다가오면


볏짚으로 둘러싸인

따뜻한 겨울을 이고 짊어지며 살아갈

이 긴 겨울에  떠나간 봄을 맞이하고

아직도  피어나지 못할

어느 꽃들의 무덤가에 네 마음이고 싶어라


한 여름 뜨겁던 날에

우물가에 두레박 던져놓고

한 시름 던져 놓고 기다리는 마음을

너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나의  마음에 이해를 돕고자 함이더냐


차라리 미덥지는 못하게 

차라리 차가운 시선에 다가선 가을 앞이

어쩌면 내 앞에 늘 배고파 기다리는

어느 행인의 눈빛을 기다리는 듯

던져주는 찬 개밥 그릇에  쌀 한 톨이


지난여름의

뜨거움보다는 

쩍 벌어져 타들어가는 허수아비의 인생이

오히려 내 인생의 훈수에 

훈방이라도 달래듯이

논밭의 수확이라고 말하지  말어라


그때의 마음은

이미 내 마음의 사향이 떠난 뒤에

찾아오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해갈이 되어 갔으니 말이다


그러니 제발

나의 계절에 피어나지 않은 마음과

목마른 갈증에

단비가 내리지 않는 마음에 담긴 

기개의 꽃은 꺾지를 말아다오


너는 이중 삼중 곁으로 성벽을 이루듯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

늘 당연시하는 기풍과 자태에 매료되어

어디선들 아랑곳하지를 않더구나


언제나 사람 들에 

시선을 자연스레 받지만

나는 왕설래하면서

언제 꺼져갈지 모를 등불 아래서

마지막 의식을 행하듯


내일에 떠오를 태양의 한 햇살에

얼어가는 깊이에 

어느 무덤가에 소복이 내린

잔설이 그나마 네 이불 인양 대신하는구나


이듬해 따뜻한

대지의 봄기운에 녹아내릴

네 마지막 희망을 건져보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 무덤가에는

아직도 떠나가지 못할

잊힌 듯 사라져 가는 사계의 무덤 앞에는


찬연히 빛나던

아득한 소꿉 시절을 그리워야 할

뒤돌아보던 음이 언제였었는지


늘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믿음과 소망이었다고

감히 감사히 이루어 게 하소서


2021.12.23 장미의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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