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날리는 나의 마음에

- 그대 눈꽃은 이슬 되어 맺히네

by 갈대의 철학
2021.12.30 치악산 비로봉 가는길에서

바람에 날리는 나의 마음에

- 그대 눈꽃은 이슬 되어 맺히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눈꽃은 햇살을 두려워해

햇살은 구름을 두려워하고

구름은 바람을 두려워하다

다시 피어날 상고대에

구름은 하늘을 두려워하네





저산이 나를 부르고

저 햇살에 무너질 눈꽃의 희망이

네 소망이 되어간다는 것을

나는 익히 알았을 때


그대 문전에

두 눈 멀어져 가는

저 햇살에 눈꽃이 사라져 가도

나는 원망하고 탓하지도 않으리


일찍이 봄의 향연에 춤추는 눈꽃이여

하얗디 하얀 뽀얀 속살의 애틋함이여

설익다 못한 농익은 맛의 설렘 임이여


이화 꽃이 피기까지 그리움은

눈꽃의 피날레에 잊혀

기다림은 다시 오지 않으리


모든 것이 떠나고 서두른다 하여

다시 태어나고 시들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시 온다 하여

내 청춘의 꽃은

다시 눈꽃으로 태어나지 못하리


이른 새벽 호숫가에

하얀 안개 피어오를 때

아침 영롱한 한 이슬로 태어난 너는

어느 안개꽃으로 서리꽃 되어

다시 피어난다


하얗게 앞이 보이지 않았던

총총히 그대 앞에 내어달 린

신발을 잊은 채 대문 앞을 나서고

긴 포옹에 입 맞춤하던

그때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오


사르르 녹아드는 첫 키스

첫 감홍에 물들어 가는

진한 너의 두 눈의 입 맞춤에

사라지는 눈꽃은 꽃이슬 맺히고


이미 눈꽂은

네 온기에 녹아 서리는

바람에 실려 떠나는

다음 여정길에

길을 물어 찾아 나서다


어느 밤새 내리는

별빛 나린 언덕 위에

알알히 박혀 다시 피어날

네 운명을 기억하고


바람의 마음을 아는 하늘에

간절히 기도드릴 때


떨어진 눈꽃이

상고대로 다시 태어날 때까지

잠시 뒤 여명이 밝아올 때쯤

구름은 태양의 윤허를 기다린다


2021.12.30 치악산 비로봉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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