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날에 마지막 겨울을 붙잡고

- 겨울은 떠나도 봄날은 다시 온다

by 갈대의 철학
2022.3.18 치악산 비로봉

이 봄날에 마지막 겨울을 붙잡고

- 겨울은 떠나도 봄날은 다시 온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겨울이 녹았다

치악이 녹고 있다

봄비가 내려야 할 곳에

봄눈이 내렸다


이제 겨울 아닐 때 내린 눈이

네 마음에 녹으면 이슬이 되고

내 마음에 녹아내리면

눈물이 된다


봄바람 불어와야 할 곳에

찬바람 불어와 옷깃을 여민다


겨울 눈을 먹으면

사랑하지 않을 때

네 달콤한 키스에

내 혀는 동상 걸리고


봄 눈을 먹으면

그해 따뜻한 철 지나 맺힌 고드름에

사르르 녹아내린

입천장이 녹아 까인다


계절이 녹고 있다

겨울이 녹았다

내 마음도 녹고 있다


봄은 이미 작년에 녹아

네 마음에 흐르고

봄이 녹았다. 얼었다 한다


입석사 신선대에

치악산 비로봉에 녹아서 내려온 물길이

계곡의 힘차고 웅장한

내발 더디 움직이며 내딛는 전장의

말밥굽 소리에 눈이 떨어져 간다


큰북은 진격에 전장의 전진 소리

작은북 소리는 앞서서 가지 말라는

전장의 북소리


누군가 내게 말한다

매서운 칼바람에 맞서고

눈 내리는 설산을

왜 오르냐고


왜 사진을 많이 찍냐고 묻는다


한 순간의 마음이 담긴

순간의 멋진 영상 한 장을 위해서

나머지 사진은 들러리에 불과하다고


산을 오를 때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짠맛이 단맛과 어울려

신의 오묘한 맛을 가미하고

여기에 뜨거운 마음의 심장을 식힐

신의 멋은

하얀 설원을 바라보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한 줌의

눈을 입안 가득 담는 것이다


순간의 열정을 놓치지 않고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눈물겨운 장면을 담고 싶다고

너에게 말해주고 싶다


겨울 상고대는

겨울바람에 끄떡없지만

봄 상고대는

불어오는 찬바람에도

가을바람에 낙엽 떨어지듯이

사라져 가는 겨울바람의 관문


가도 가도 끝없는 길에

한 발 한발 내디뎌 갈 뿐이다


겨울나무는 살갗을 에이는

찬바람에 울지만

봄 나무는 산등성이에 불어오는

매서운 칼바람에도 울지를 않는다


산이 거기에 있어서

오르지 않는다

거기에 내가 있기에 오르고

또 오르는 것이다

2022.3.18 치악산 비로봉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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