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시루(시루봉)
- 치악산 비로봉 가는길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아침에 눈 뜨면
동녘 바라보다
먼 산 올려다본 하늘에
그리운 님 오실까
맞이할 떠날 채비에
안개인 듯
피어오를 저 언덕 너머에 있을
떠오를 마음 하나 기다리련다
그리운 언덕
절망이 희망이 되어준 언덕
새 생명의 잉태가 되어준 언덕에
그 언덕의 초행길에 길 눈이 되어준
사계의 어머니 손길에
나는 오늘도 일찌감치
옛 뒤안길이 될
남아서 후회스러울 마음을 지우려
머나먼 예정된 그 길을
또다시 걸어간다
그 옛날 어머니께서
손수 빚어서 쪄주신
하얀 마음의 순수한 결정체인
쌀가루가 눈처럼 내리는 오늘
떡시루에 내리는 눈을 담아
붉은 장작불을
태우시며 시루를 데우시는
그 손길이 아득하기만 하여라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때쯤이면
어느새 떠오를 태양의 정점 앞에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드리니
태양을 머리에 이고
총총 바쁜 걸음에
신발 챙길 사이도 없는 마음을
새벽길 불 밝히시라
떡시루에 갓 피어 오른
하얀 백설기 담으시라
바쁜 우리 어머니
우리 아버지
길을 따라나서는 마음에
오늘도 나는
아직도 설산의 기운이 남아있을
저 치악산 비로봉에
떡시루가 남긴 사연이
전설이 되어준 시루봉에
소박한 마음을 업혀 오늘도 오른다
시루봉의 마음은
늘 아침을 여시는
어머니 아버지의 마음
올라야 한다
올라야 하느니
더 이상 오르지 못할
마음이 없다 함은
오늘 오르지 못할 이유가 없나니
오늘의 태양은
늘 떠오르는 햇살을 안고
길을 떠나는 자의 몫으로 기억되고
내일의 태양은
늘 지는 석양을 등에 업고
등불이 되어
길을 찾아 밝혀주는
길 잃은 자에 별빛의 마음이 되어간다
2022.3.18 치악산 비로봉 가는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