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악산의 봄

- 떠나보아라 겨울아

by 갈대의 철학
감악산 정상

감악산의 봄

- 떠나보아라 겨울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겨울이 지나간 뒤에야

겨울이 다시 온다는 것을 알고

겨울이 다가올 쯤에야

봄을 기다리는 것을 알며

봄이 다가옴을 알았을 때

지난겨울이 춥지 않음을 기억한다


계곡 물소리에

겨울이 녹는 것을 알고

산을 오르니

땀이 나서 윗옷을 벗음으로써

봄이 온 것을 알고

꽃과 잎이 피어나지 않아도

나무 사이사이 불어오는 바람의

살가움에 겨울이 떠남을 알았다


산 정상에 올랐을 때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도

뜨거운 커피가 식지 않음에

내리 쪼이는 햇살의 부드러움이

마지막 남은 빈 잔의 온기에

따뜻함을 전해주는 이 느낌을 알았을 때


아~ 겨울이 진정 떠나갔구나

산에 오르는 것은 기다림 뒤에 남는

마지막 겨울을

털어내지 못한 아쉬움에

지난 잔정들을 떼어내지 못한 미련이

아직도 덕지덕지

누룽지 마냥 붙어있어서다


그대의 마지막 키스는 겨울을 녹이고

그래서 봄의 등산 맛은

지난 달콤함을 주저앉지 못한 찰나에

봄바람이 나의 마음을 훔쳐가

새들의 고향으로 날아가 버린 뒤였다


감악산 계곡

2022.3.29 원주 감악산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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