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열매
- 눈물과 해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나무야 너는 자라서
늘 네 자리가 보금자리 인양
꽃이 피고
꽃이 지는
한 마음을 지니며 살아왔더구나
그리고
네 진자리에
열매가 맺혀
다음을 기약하는
인연의 만남이 이루어질 때
어느 무르익은 열매가
또다시 떨어지고
너의 모습은
다음을 위해
희생의 배려가 되어왔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아
네 눈물이 떨어져
메마른 자리에
머물고
남음을
기억하는 것이
네 진자리가 되어가는구나
그리고
겨울에 얼어서 맺힌 눈물이
슬픔에 서린 서리 눈꽃의
서슬 퍼런 찬바람이 처마에 맺힐 때
상고대가 녹아 고드름이 될 터이고
봄에 피어난 네 눈물은
아직은
아지랑이 봄 볕을 그리워하고
눈물샘이 마르지 않는
어느 이른 새벽안개에 휩싸인 채
떠나온 한 햇살의
그리움마저
울어 만들어버리게 하였더구나
저 멀리 등천이 떠오르면
한 별빛에 빛나던
옥 구슬의 맑은 수정체가
안개를 뚫고 나오는
어느 소녀에 기도의 눈물이
비로소 네 눈물과 만나는
해후된 나의 본모습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
참 나한羅漢의 봉인이 열렸음을
비로소 네 참 눈물에 흘러 맺힌
천상의 마음
우담바라의 눈꽃은 너로 인해
다시 피어나게 되어가더구나
옥녀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