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고향
- 백운산 동막봉 가는 길에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천은사 봄길 따라 걸어가면은
계곡 사이사이
불어오는 바람 숨소리
계곡 물 떨어지는 소리에
천은사 범종의 산야를 깨우고 떠나네
산에 산에 산에 오름은 무엇이오
멀리서 바라보면은
거대한 우주 성운의 결정체가
그대 내 안에 두 눈 글썽일 테요
가까이서 바라보면
작은 소우주가 그대 마음에
마력의 블랙홀에 빠져들 테요
사랑한 마음만이 있으면 무엇하랴
미워한 마음 가지면 또한 무엇하랴
가지고 갈 것은 무엇이오
떠나서 남는 것 또한 무엇이오
스쳐 지나는 인연이 되고파
연을 이루고자 함이 무엇인가요
만나고 헤어지고 이별의 순간에
이제 것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오르는 산길에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훔쳐가는 바람의 장난이길 바랬었나요
고운 바람 따라 떠나온
저 발길 속에
님 그림자 몰래 따라와 주면
사랑했던 마음 하나 배낭에 싣고
이 험한 산길 숲 속을 헤매고 마네
돌아보지 못할 뒤안길에선
행여나 낙엽 바스락 소리에 놀라
돌아서 보면은
어느새 지나간
고라니 한쌍이 바위를 오르고
나도 저 길 따라 올라 가보려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저 산야에
인기척 없는 발길 돌리려나
그리움 하나 잊어볼세라
떠나온 저 길이 야속하다오
슬픔에 가려진 구름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맞으면
행여나 오실까
또다시 돌아서 훔쳐보니
한쌍의 새들의 정다운 지저귐 소리에
거친 바람 구름을 타고 떠나는
내 마음도 구름 벗 삼아 저 멀리 떠나요
떠날 때는 몰랐지만
오르고 또 오르고 나면
아득히 저 멀리서 날 부르는 소린가
두 귀 쫑긋 하니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이
님 소식을 전해져 떠나갑니다
이곳에 올라서서
떠나온 길 바라볼 테면
흘러 흘러 흘러가는 것은 구름이요
변화무쌍하게 변해가는
저 구름 따라 벗 일랑 하는
그대 마음일까 하여
바람의 고향으로 나는 떠나려오
저 구름 따다가
하얀 구름은 기쁨 만들어
그대 목에 걸어주고파
먹구름 따다 슬픔 감추어
나도 저 구름을 따다가
그대 마음 네 마음일까 하네
바람 따라 흔들리는
저 나뭇가지에 매달린 잎새는
떠나온 내 마음을 알려나
바람이 멈추면
저 구름도 따라 멈추고
그대 떠나는 마음도 멈출까
바람의 세상으로 나를 데려가 주오
어디서 불어오고
어디로 떠날지를
어디가 끝인지를
바람의 고향으로 나는 떠나 가리라
2022.4.22 백운산 동막봉 가는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