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물레

- 가시덤불

by 갈대의 철학
치악산 향로봉

사랑의 물레

- 가시덤불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우리의 만남은

우연히 길을 가다 만난

가시덤불 숲을 헤쳐 실을 뽑아

사랑의 물레 옷을 짓고


가시 넝쿨 실을 짜서

만들어지어 입은 옷을

하나둘씩 형체를 이룬 옷에

이름도 지어서 불러본즉 합니다


가시 꽃이 피어나는 것을 사랑이라고 말하고

가시 꽃이 시듦을 작별이라고 말하며

가시 꽃이 떨어짐을 이별이라 말하고

가시 꽃이 바람에 날림은

다음 생을 위한 만남이라고 말하며


이듬해 가시 꽃에

다시 싹이 돋아나는 것을

그대와 나와의

사랑의 씨앗이라고 말하렵니다


우리의 만남은

짧은 것과 긴 것의

차이 일뿐이라면서


짧음의 만남은

헤어질 때의 기다림을 말하고

기다란 만남은

그때가

우리의 만남이 되어가는 날이라고

또한 말해보렵니다


그대와 나의 만남이

늘 다가서다 멀어지다 하는

고무줄 같은 인연이라고 말하지만


헤어질 때는 약속이라는 시간을

정해놓은 만남은

그래도

떠날 때의 마음은 가벼우리라


잠시 늘 그때를 위해

충분히 떠날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요


갈대의 철학 작품
영혼의 나무

2022.6.1 치악산 향로봉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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