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하는 여인

- 바람의 인연

by 갈대의 철학

낚시하는 여인

- 바람의 인연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아리따운 그대여

시냇물 흘러 흘러

어디로 떠나갈까 봐


서투른 솜씨에

릴대를 마치

총대처럼 어깨에 메고

전쟁터에 나가는 모양새가


가히 천하의 강태공이도 부러워할

저 창공 위로 힘차게 내던지는 것과

다름이 무엇이 있겠소


매혹적인 그대여

그대가 드리운 낚시는

또한

무엇을 낚으려고 하는 것이오


고기반 세월반 아니면

주변 산세에 동화되어가는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서 그러오


이번에는

낚시 끝에 매달린 것이 무엇이오


그 찌에 그대 마음 달았소

아님

다른 이의 마음을 달았소


고기 망태기를 들여다보니

하나 가득 고기는 보이지 않고

물에 잠긴 근심만 채우려 하오만


바람이 불어오오

마지막 릴찌를 매달고 힘차게

저 멀리 던져보지만


바람의 짓궂은 장난으로

그대 바람에 펄럭이는

치마가 애처롭게 걸리어

냉큼 치마가 걷어 올라가지 않았겠소


혹시나 길가는 행인이 보이지 않고

나만 바라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으니

그 마음은 선녀와 나무꾼이 되어가도

그다지 좋지 않겠소


그대 부끄러움을 달랠 수 있는 것은

다시 불어주기를 바라는

바람의 소원이겠지만


지금은 바람의 인연으로

얽히고설킨 마음이 되었으니

그 매듭은 그대 혼자만의 것이 아니오


도저히 낚시를 드리우지 못할

그대 처지가

그저 안타깝게 다가울 따름이겠지만


이것 또한

불어오는 바람의 인연으로

나와 그대가 인연의 매듭을 풀어가야 할

필연으로 여기어

다시 낚시채비를 할 수 있는

이 기회를 부디 떠나보내지 말아 주오


혹시나 아오

이 시간이 지나면

무척이나 다행스럽다고 여기 줄 아는

미덕으로 함께 다가설 줄을 말이오


그대의 낚시는

사랑의 낚시꾼

나는 그대의 사랑을 울리는

사랑의 종소리


기회가 왔소

이번에는 바람이 불어오지 않고

낚싯줄에 흔들리는

찌가 물속을 배회하오


딸랑딸랑 딸그랑 딸그랑

월척 이외다

월척이오

사랑의 월척이다 말이오


2022.7.22 치악산 금대리 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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