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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서(書)

- 가을의 마음

by 갈대의 철학

가을의 서(書)

- 가을의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마음을 유지하기는 어려우나,

마음을 지키기는 더 어렵고,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은 더욱 어렵나니

마음은 성채와 같아서

누군가가 허물어 주어야 한다






하늘을 바라봐

가을 하늘을


너무 이쁘지 않니


가을 하늘을 바라볼 테면

금세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뭘까?


가을은 그런가 봐


누군가의 막연한 사연에

인연의 답습이

만남으로 다가온다면


아마도 그건

너에 대한 오랫동안 연민의 정이

기다림이 되어 걸 거야


너는 아니


가을 하늘

청명한 하늘도 때론

모든 것을 품기에 구름의 마음도

함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야


한참을 바라보았어

아주 멀리

아주 더 높게

태양이 기다리는 저 끝에서의 하늘을


그곳엔

또 다른 나만의 하늘이 있었다


그곳에 가면

너의 그리움이 묻어난

어느 가을 하늘에 익숙한 하늘


사랑의 고백은 그렇게 늘

가을 낙엽을 이야기하지 않고

가을 단풍보다 붉은 마음은

그렇게 늘 가을사랑의 시작을 일컫지는 않는다


가을의 서

저 멀리 깊어가는 가을 녘에

자욱하게 피어오른

어느 농부의 마주친 소의 눈동자에

해맑던 지난날에 네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이 가을이 떠나가기 전에

가을의 서는

너를 위한 행진곡이 될 거라고

소 여물통을 들고 너에게로 간다


2022.9.23 서쪽하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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