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세월한테 미안하데

- 가을은 늙지 않는다

by 갈대의 철학

가을이 세월한테 미안하데

- 가을은 늙지 않는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글쎄

가을이 왜 가을이 되어야 해


그러게

다른 계절은 준비도 없이 오는데

가을은 내게 떠날 채비를 해주거든


봄은 기다리는 마음

여름은 벗어버리는 마음

겨울은 머무는 마음


그리고 내게 가을은

가을 단풍 떨어지는

낙엽의 고향으로 떠나는 것을

말해준다


그래서 가을인가 봐

손을 내밀면 잡아주고

손을 놓아주면 떠나가라고 말이지


나의 가을은

붙잡지 않아도 되고

너의 가을은

쓸쓸히 가을바람 불어오는

떠나는 뒷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은

혼자만의 사랑을 즐기는 가을

고즈넉이 나의 피부처럼 늙어가는

이 계절이 마냥 기다려지는 것은


나의 가을이 단풍처럼 붉어서

청춘을 말하는 것도 아닌

자연스레 너에 대한 그리움들이 퇴색되어

다음 생을 위한 기다림도 아닌


홀로 고독을 사랑할 줄 아는

진정 가을을 위한

가을연가를 불러보는 가을이 오면


나를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계절일 거라

돌아오지 않던 마음도 행복할 거라

연민의 정을 사랑하게 될 거라 한다


나이가 세월을 대변해 수 없고

세월이 흘러서 어쩔 수 없다는

핑계하나 가

사연이 되어줄 수 있는 가을


단풍이 붉다는 이유로

나이에 비례되지 않을

가을이 되고 싶다


낙엽이 떨어져 바람의 흐트러짐에

떠나온 마음보다 다가올 마음은

현재를 기억하고 추억될 수 있는


찬바람 불어 눈이 오기 전에

이 가을을 진정

나만의 가을로 만들고 싶다


너의 가을을 말해줄 수 있겠니?


너 그거 아니

가을이 세월한테 미안하다고 해

떨어지고 싶지 않은데 떨어지고

떠나가기 싫은데 떠나가라 하고

그래서 가을은 나의 계절이 된다


곁에 붙들고 싶은데 바람에 모든 것이

기다려 주지 않을 것처럼

더욱 이 가을이 다가오기 전에

겨울에게 내 마음을 들키지 않을 거라 한다


이게 내가 너에게 바라는

점점 깊어가는 이 가을의 끝을 잡지

못하는 이유일지도 몰라



2022.10.1 강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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