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출항기

- 태백선 타고 민둥산 가는 날에(기차편)

by 갈대의 철학

민둥산 출항기

- 태백선 타고 민둥산 가는 날에(기차편)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기찻길 타고 민둥산 가는 길은

철쭉이 피어난 태백산 5월에

눈 내린 그해 군 입대 시절에

올랐던 옛 추억이 떠올라


한 어머니께서 한 꽃을 따다 놓으신

절구통에 찧어 주신 인절미에

진달래 술을 빚어 주시었네


하얗게 눈이 서리게 내리는 날

태백역 플랫폼에 구름 솜을 덮어 놓은

눈 시위에 기차가 떠날 때까지

하얀 눈송이에 그리 아리따우신

보고 싶은 님이시여


눈물 송이 꽃송이

새 하얀 뭉게구름 솜 눈이

하늘에서 들깨죽 끓이듯 펄펄 내리고

기차가 출발할 때 꺼내놓아

눈물의 한잔과 시름을 풀어놓으셨네


사연이야 싸리재 넘나들며

풀어놓은 보따리

사연이야 만큼 하겠느냐만은

밥 뿔떼기 정도는 많더이다


사랑 따라 떠나왔다네.

정 붙이려고

사랑 따라 떠나갔다네.

정 떼 놓으려고


힘겹게 가는 이 길이 얼마 이길래

기차는 기적소리를 울리며

떠나가는가 싶다


뿌우웅 뿌우웅 뿌우웅

메아리치듯 연거푸 토해 내고

게워 내어도 끝없는 허물이 되어버린

내 소싯적에 그리운 날들이여



기차 창밖에 보이는 풍경들이

이국적이다

연신 순간의 찰나를 넘나드는 것이

마지막 숨을 내쉬고 거둬들이는

마음이거니


드디어 민둥산 역에 도착하였구나

강산은 변하지 않는데

다시 이곳을 오르니

새삼 격세지감에

한없는 격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구나


가거라 떠나거라 떠나가 리리

네가 간다는 곳이 구구 천리 타향살이

귀양살이도 아닐진대

무엇을 두려워하고

또한 무엇을 마다하리오


삶이 부여한 내 의식의 존재 앞에서

단지, 의미를 부여하고자 함은

나의 인생이

거기서 시작되었음이다


산의 쉼터는

내 마음이 될 것이오

산의 의식은

내 영혼의 안식처가 될 터이니


그대 어서 오소서

날이 저물어 억새가 울 어제치면

서산에 해 떨어져 가오


님 오시는 밤길을 비추고자 하오며

오늘 같이

그믐달이 다가오는 날이면


제 아무리

은빛 천사 물결치는 억새도

제 설움에 님 마중 못 나가실 테니


까마귀만이

이 고요한 숲 속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어가고

울 어제 쳐갑니다



2022.10.21 민둥산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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