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와 으악새(억새의 눈물)
- 억새의 걸어온 길(민둥산에서)
억새와 으악새(억새의 눈물)
- 억새의 걸어온 길(민둥산에서)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민둥산은 단풍의 산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으악새 길에 만난
단풍 숲 속 길을 지나는
억새 길을 오르며
단풍에게 한 눈을 팔지 않기로 했다
이곳은 나에 마음의 고향
어릴 적 추억에 젖어서 오르는 길
민둥산에 오르는 길은 세 갈래 길
그래서 나는 예전에 올랐던 그 길을
다시 오르기로 하면서
한 번 더 가보고 싶어 그리 못한 그 길을
애써 외면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고 말았던 그 갈림길에서
억새가 걸어온 길을
더 이상 되묻지 않기로 했다
그 길은
쉼 없이 오르는 길이 아니오
그 길은
내 인내와의 싸움의 길도 아니오
그 길은
나의 마음을 흔들어 버리게 하는
유일한 꿈과 희망의 길도 아니더이다
단지,
갈대가 걸어온 길과
억새가 걸어온 길이
작은 바람에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 마음을 애써 탓하지 못한 것이
앞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되어가더이다
오르기 전 화창한 날씨에
오르는 중턱에 올랐을 때
손바닥의 푸른 하늘에 가린
내 삶의 옥에 티가
저 맑고 푸른 하늘에
청허 한 청명한 마음을 두고서도
가을 하늘에도 티 없이 살지 못하게 하고
내내 구름이 햇살을 뒤덮여 오니
이를 어찌 어이할까나
헐떡이는 으악새 억새 넘나드는
고갯길을 찬연히 비추는
은빛 갈치보다 더 은은한 너를
바라볼 수 없을까 염려되더이다
3킬로미터 주야장천 오르는 길에
힘이 들 때면 으레 이
지나는 바람 한 점에
낙엽이 떨어져 내 머리를 깨우고
나의 발길질 "으악" 곡소리에
그 옛날 나의 어머니
억새의 물결 넘나드는
으악새 고갯마루 길에
나의 눈물 훑어 내시어
나를 잠에서 깨우게 하시니
어느새 뒤돌아 본 저 편 하늘엔
까마귀가 울며 사라진다
연리지2022.10.21 정선 민둥산 가는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