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의 마음을 누가 순정이라고 말했던가

- 누가 억새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는가?

by 갈대의 철학

갈대의 마음을 누가 순정이라고 말했던가?

- 누가 억새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는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갈대가 억새와 사랑을 한다


갈대숲에 숨어서 하는 사랑

바람 따라 떠나온 사랑

억새 밭에 몰래한 사랑

바람 따라 떠나간 사랑


둘이는 너무너무 사랑하다

바람 불어와

그만 들켜버린 사랑이 되었네


갈대는 억새와의 사랑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말하고

억새는 갈대와의 사랑을

한번 스쳐 지나는 사랑이라 말한다


갈대는 늘 외사랑을 한다


갈대가 사랑을 하면

억새는 바람에 춤을 추고

반짝이는 하얀 백사장의

은빛 물결 천사가 되어 난다


억새가 사랑을 하면

갈대는 떠날 이별에

늘 가슴 한 편에 묻어둔 사랑을 한다


억새와 갈대의 사랑은

3일 천하의 사랑을 하며 꿈꾼다


이 둘의 마음에

햇살은 더 이상 반짝이지 못하는

갈대의 머리에 새 하얗게 눈이 내리면

갈대는 늘 외롭고 고독한 존재가 된다


억새가 맞이할

늦가을 만추에 갈대를 찾아올 때는

늘 바람이 불어와주기를 기다리다


기다림과 그리움이라는

인내와의 사이에서 떨어질 낙엽 한 장에

방황의 끝이 어디로 떠나 가는지에 대한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갈대의 마음을 누가 순정이라고 말했던가?


갈대의 마음은

첫사랑을 잊지 못하니 순정이라 말하고


누가 억새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는가?


억새는

마지막 사랑을 잊지 못하니

연민이라고 말하던가?


우리의 인연을 이어 줄 오작교는

만추에 날릴 저 하늘에 꽃잎 되어

다시 만나는 날이 되려 하네





2022.10.21 민둥산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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