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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Dec 05. 2016

치악의 전라(치악산 비로봉)

-  치악의 나신(공룡능선)

치악의 전라(치악산 비로봉)

-  치악의 나신(공룡능선)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치악의 전라


이제야

치악의 공룡능선을 볼 수가 있구나


차령수문장을 지키는 치악호위무사들


동쪽으로는

차령산맥의 기상이 우뚝 솟은

매화산의 위상이


서쪽으로는

공룡의 배가 불러 누워버린

포복산의 위용이


남쪽으로는

설원의 백 꽃이 피는

백운산에 고뇌의 흔적이


북쪽으로는

그대의 사랑을 실어 전하는

봉화산의 파수꾼이  지키니


치악의 나신

이제야

치악의 뼈다귀를 볼 수가 있구나


봄에는 꽃이 피어

돋아나는 신록에 네 모습 감추고


여름에는 싱싱한 초록이 녹음 져

네 모습 찾을 길이 없는데


가을에는 오색 단풍 짓에

눈이 사시 되어 네 모습에 혼령이 되며


겨울에는 앙상한 전라 된 나목에

사이사이 눈이 내려

진정 네 모습의 혼백이 돌아왔도다


치악의 전라는 이렇게

바람 앞에 등불처럼 불 밝힐 수는 없지만

바람에 흩날리며 흔들리는 갈대에는

제 살갗을 비벼대며 울음을 제쳐간다


차령의 힘찬 기백 치악 아

산만 높은 줄만 알았

네가 안고 가야 할 숙제가

이렇게 남아 있을 줄이랴


나의 헛된 상상만이

늘 그늘만이 되어 줄지 알았지

너는 설악의 공룡능선 못지않은

드 넓은 품을 안을 수 있는 어머니 품속을 지녔다


너의 오랜 사연에 지녔던 마음에

큰 산의 마음도 큰 뜻을 품고

큰마음의 기운을 심는다고 하지만

작은 산의 마음이 어찌

큰 산에 비할 데가 있으랴 만은


가다 보면 길이 나오겠지 하면

가시덤불 속을 헤매고

가다가 지치면 쉴 곳이 있겠지 하면

가다가 넘어지면 아직까지 쓰러지지 않았던

남아있는 풀들이 이불을 해주리라


오로지

함께하는 이

같이 가는 이

동행하는 이가 없지만


동종 소리 있으매

울림이 되어가는 너는

오랜 나의 옛 벗이자

신의 축령[祝齡]된 기억의 전달자이다


치악의 숨어버린 품속은


산에 높이 올라가 보아야  

높은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바다에 가 보아야

바다 같은 넓은 어머니 품속을 아는 것과


깊은 계곡을 가 보아야

사람의 깊은 마음을 알 수가 있는 것처럼


가수의 노래 한곡이 심금으로 남아

그 사랑을 상기하며 옷을 입지만


정치가는 한점 부끄럼으로

오명이 남아 옷을 벗으며


시인은

시로 노래를 부를 줄 알아야 하며

사람의 마음을 담을 수가 있어야 한다


사람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옷을 입고 벗는 것에는

그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것의 오명은

곧 인내의 미학으로 오래 참는 것일 뿐


치악의 전라가 부끄럽지 않고

그 위용을 더하는 것은

그것이 거기에 늘 존재하며

변하지 않는 생을 이어와서 이기도 하겠지만


사람 위에 사람이 하는 일에서는

그만하게 사람이 부정(不正) 타

말 못 할 사연도 있겠고


반면에 치악의 높은 기상 아래

큰 나팔을 불어 본들

큰 뜻을 어찌

사람의 얕은 마음가짐으로 알릴 것이며


사람 아래에 사람이 하는 일이라

모든 것을 다 알기에는

치악의 낮은 계곡에서 만나 떠나는 물줄기에

어찌 비할 데가 있으랴 


치악에 올랐을 때 마음의 무게가

치악에 내려왔을 때의

몸과 마음의 무게가 같지 않은 것은


비단

저울에 단 내 마음의 편향된

편심에 쏠린 것만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아직도 철부지 어린애이다


주위를 돌아보지 않은

어느 나머지 한쪽을 더 채우며 

어느 마음 한 곳간을  

더 비워야 하는가

부득이 저울에 매달린 마음 탓만이 아니었네


비우지 못한 어리석은 욕심은

늘 언저리 그림자 마냥 따라다니고

걸쳐 입은 듯이 아니 입은 듯한 옷에

겨 묻은 마냥 미련된 마음도 묻어 따라다니니


헛된 망상으로 과분하게 흘러넘치는

이 마음을 누구 탓만 하리오


그대

치악의 전라와 나신은

벗어 버림으로써 

 모습이 진정 보이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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