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녹
- 세월의 빚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세월 따라 떠나 왔을 뿐인데
네게 진 빚을 진적이 단 한 푼도 없는데
어찌하여 너는
내가 쫓아가는 것도 아닐진대
네가 나를 바람에 실려 떠나왔다고 하고
그 무엇이 야박하게
세월이 나를 박하게 하여
세월의 값을 지불해야만 하게 만드는가?
그대는 모르오
진정 나의 마음을 모르오
세월도 나이를 먹으니
세월 값을 못해도
돈은 내가 내야 하니
이는 분통하고 원통하더이다
내 갈길로 갈터이니
서툰 마음
서두르는 마음 앞에
이제는 더 이상
네게 빚진 빚을 탕감하려
세월 앞에 순응하고 순리를
따르지 않을 거외다
다만,
지금껏 축내온 마음이
세월의 반이라 여기시오
어림반푼 없는 소리라 여길지라도
나머지 반푼값만은
내가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이
동가식서가숙 할 때이니
그때 가서야
내 마음의 마지막 빚을
그대에게 안 기운 채 떠나가리오
2023.1.29 달밤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