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맞은 새집에 새들은 어디로 날아갔을까?
- 둥지를 떠나가버린 새
서리 맞은 새집에 새들은 어디로 날아갔을까?
- 둥지를 떠나가버린 새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새하얀 서리 맞은
둥지 떠난 새집에 새들은
어디로 떠나 날아갔을까?
가릴 곳 없는
나뭇잎 한 장 없는 지붕 위에
떨어지는 별빛을 고스란히 받으며
새벽녘에 너를 바라볼 수 없는 마음이
서글프게 다가온다
지푸라기 인생인 줄 아는
모두가 떠난 현실에서
한겨울 떠나갈 듯하다 멈춰버린
어느 산책길을 나서며
찬란하게 피어날 햇살에
녹아내리지 않은 냉혹한 현실이
너를 떠나가게 하지 않은
나를 부끄럽게 한다
둥지를 떠나가면
네 소식에 그리울 테지만
아지랑이 피어오른
어느 따뜻한 봄날이 오면
너를 대신할 그 보금자리엔
사랑 한 광주리 담고 날아온
어느 이름 모를 철새에게
네 안부를 전해주고
잎이 나고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들려오면
지붕 없는 하늘을 덮어줄
가랑잎새에 떨어지는 가랑비 사이가
나를 늘 위태롭게 만든다
2023.2.12 잔인하게 내린 서리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