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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Feb 22. 2023

봄의 문턱

-  겨울나기 연습

봄의 문턱

-  겨울나기 연습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봄이 참 요란스럽게도 온다

남쪽에서는 

네 소식 들려오더니만

 어째서

이곳에는 깜깜무소식이더냐


하기사

떠나간 네 소식

안부야 궁금하겠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 되지 않겠냐만은


기다리마 기다리려무나

기다리는 것에는 슬픔이 아니라

행복을 기다리는 것이니

기다림에늗 당연히 인내가 필요할 게야


그렇다고 무당 칼춤 추며

이리 저리 뛰듯

제너머 고개 넘나보지도

않을테니


그저 행복할 수 있다면

먼 길을 돌아서 간들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이 일거든

나는 그래도 돌아서서 가지 않으리

너를 위해 당당히 맞서  나아갈테다


그래 너는 누구냐

지난해

찌든 때

묵은 때가

한올 한올 실타래 봄 마실 수놓듯

타오를때까지 엮어가지 말아야

할터이니


설령 쉬운 마음으로

봄을 기다린다면

너의 오해이자 오판이다


원래 한쪽은 당기고

다른 한쪽은 밀어주는 것이니

그러한 게 바로 이제껏 지켜왔던

봄의 숨골에 숨어 있는

너의 이지적인 마음이 아니었을까?


어떡하랴

나를

용서해 주어하지 않겠니


기다려온 만큼

겨울은 저 멀리 아스라이

마지막 불꽃이 되어

꽃눈되어 올라가다 내려오는

봄비 되어

다시 너를 맞이하고 싶은데.

이를 어쩐다


세월에 녹은 마음이야

내 마음에 이슬 되어

다음 해에

상고대로 다시 태어날 테지만


아직도 나의 가슴에 스며든

지난  이야기는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너의 마음에 얼어 떨어질 

옷고름에 맺혀 풀려버리진 못한채

봄을 맞이해야하는 마음은

이미 내 오래전 너를

기다려왔던 나의 봄마중은 떠났다


잔치국수

2023.2.19 강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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