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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Feb 23. 2023

하늘이 푸르른 날에는

-  떠나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는 거야

하늘이 푸르른 날에는

-  떠나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는 거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왜 이리도


서글프게 느껴지는 것일까



저 하늘에 떠가는 비행기는


떠나는 마음에 돌아볼 여력도 없어


길잡이에 흔적을 남기고


앞만 보고  잘도 날아가는데



행여 스쳐지나올까


저 멀리 뱃고동 소리가


님의 발자취 인양 하여 들려오면


두 귀를 쫑긋거리고



그 소리마저


들려오지 못하면


다시 하늘을 바라보고


저 멀리 뱃고동 소리대신에


연기가 올라가면



기다리던 님이 돌아오시려나


다시 발길을 돌려 떠나시려는지



떠나갈 때 울리던 소리가


돌아올 소리가 까마득하기만 한데


파도에 밀려오는 그리움은


언제 떠나왔는지


노스탤지어의 향수만이 가득하구나



창공의 새도


떠나는 배도


떠날 때와 돌아올 때


소리 없는 아우성이 되어 찾지 말라며


발 없이 걷는 발길질도


외면할 수 없다고 한다는데



흔적 없이 정초 없이 떠도는


방랑객의 마음이 되어간다는


현실을 부정하기에 나는


아직도 내게 남은  사랑이


너무 어리어다



행여나 누가 되지 않을까나


잡지도 잡히지도 않을


구름 타령에



떠가는 구름을


붙잡지 못하는 것은


애써 길들여진


미더운 마음도 돌아선다는데



그때 지난


내 청춘의 꽃이


다시 피기 시작할 때였으니



이른 꽃들녘에


봄마실 아지랑이 가물가물 거리는


서산을 바라보노라면



끝없이 펼쳐질 들녘에 수놓을


내 아둔한 눈물만이


마냥 비 되어  


흘러내릴 때였다는 것을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날에는


우리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지 말자



그날의 비행기가


어디로 날아간 자리가


진자리 마른자리가 되더라도



드넓은 창공에


한 점 되어 사라져 가는


내 가슴에 사랑의 대못이 되어 준


티끌만 한 먼지가 되어 떠나갈 거라


외쳐 불러보는다


2023.2.22 만종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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