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렵涉獵

- 자족自足

by 갈대의 철학

섭렵涉獵

- 자족自足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산허리 굽이굽이 돌아

만남이 되어

인사 나눈 꽃에게

산에서 피어나야만 하는

산꽃이 된 사연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대는 산꽃이 아닌데

어찌하여 산꽃이 되기를 바랍니까?"


산꽃의 연유는

간단하리만큼 진심이었습니다


내가 여기 피어난 것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바람 따라

떠나왔을 뿐이었다고 말합니다


다시 산너머 올라서니

광활한 들녘이 나왔습니다


살가운 바람이

미덥지 않게 불어와

제일 먼저 코끝에 머무는 꽃에게


다시 들꽃이 되어야 하는

연유를 물었습니다


"그대는 들꽃도 아닌데

어찌하여 이곳에서 피어났습니까?"


그러자 들꽃은 말합니다


저 역시 바람 따라

따라오다 보니

내 마음의 휴식처요

내 마음의 고향이요

내가 선택한 길이었기에


산을 내려오는

어느 스쳐 지나는 이의

옷깃에 묻어난 꽃가루가

먼지 인양 하며 털어주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여기에 인연이 되고

둥지를 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까닭이 되어갔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어찌하여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까?


제가 여기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은

산꽃의 이야기와

들꽃의 이야기에

함께 떠나온 마음과 같습니다


그러한 마음은

아직도 못 가본

미지의 발걸음이 되어가길

바라는 마음이 하나요


아직도 나의 청춘이 다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까닭이길 바라는

앞서가는 마음에

머무는 마음 또한 바라서 입니다


2023.3.9 청계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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