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 꽃

- 원주 감악산 오르는 길에서

by 갈대의 철학

노루귀 꽃

- 원주 감악산 오르는 길에서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감악산에 노루귀 꽃

양지바른 계곡에

지난해 떨어진 낙엽이

이불인양 하며 살포시 피어났네


너를 찾으러

너의 그리움에

너의 기다림에

너를 안고파


인내의 한계도 모른 채

무조건 해가 바뀌기를 바랐지만

나의 마음의 끝은

너로 인해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전국 방방곡곡 수소문에

네 소식

네 안부 들리지 않아


불어오는 봄바람에

네 안녕을 물을 사이도 없이

저 하늘에 실려 떠나가는 구름처럼

붙잡지 못한 미련된 마음들


무심코 지나가는 이에게

네 마음 전해주려 해도

이 깊은 산야에

그해 녹은

겨울 잔챙이들의 습격


계곡에 물 떨어지는 소리들

지나가는 새들의 날갯짓 소리들

멧돼지 파헤쳐 놓은 굴타래에

굴러 떨어지는 소리들

다람쥐 한 쌍의 부끄러움을 뒤로한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건너가는 마음의 소리들


그리고 바람만이 아는

스쳐 지나가 버려 잃어버린 소리들

나의 마음을 헤아려 줄

더 이상의 인기척은 없어라


산기슭 깊은 계곡 산자락

첩첩산중에 올라서니

목이 말라 이리저리 비틀어

흘러내린 땀방울에 목을 축이며

헤매었던 마음들을 찾아

다시 여기까지 올라오고 보니


낙엽에 살며시 올라온

너를 바라볼 테면

미더운 마음 하나 건네주려

떠나온 마음은 주체할 길 없고


너를 몇 송이 발견하니

이 마음 감개무량에

더 이상의 한이 없어져 버렸더구나


너를 처음 바라보았을 때

나는 그만 그 자리에서

동경의 그리움이 무엇인지

넋을 두고 한없이 서서 기다리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너를 통해서

알게 되었으니


이사랑 한량없는 마음

끝이 없어라


너의 고귀함에서

주변이 동화되어 가는 것을

일깨우고

너의 순수함에서 고결함을 배우고

너의 순결함에서

이제는 사랑을 말하려 하려네


다음 생에 피고 지는

너를 대할 때는

사랑이 덜 외롭지 않은

그날은 그리움도

기다림도 외롭지 않은


내가 먼저 기다리는 마음은

네가 다시 태어나는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을


이웃에 피는 꽃들에게

위로를 먼저 받아도 된다는 것을

용서하는 마음 보다

봄바람이 불어서

떠나온 마음이었다고 전해주려 하네


노랑제비꽃

2023.3.29 원주 감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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