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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n 29. 2023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에는

-  한사랑으로 기억되도록 하자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에는

-  한사랑으로 기억되도록 하자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에는

저 멀리 우산을 받쳐 줄

한 사랑을 기다리도록 하자


기다리던 버스가 끊길 때까지

한 정거장에  우뚝 서있는 모습이

가히 자랑스러워

쓰러지지 않을 때까지


한 손에 아픔을 오랫동안 받쳐든

한 팔을 의식하지 않아도 좋을

좋은 기억

좋은 추억으로  남을

한 사람으다가가도록 하


잠시 거센 빗줄기가 이슬비 되어

이때다 싶어

사방팔방 튀어나오는 사람들에 섞여

우리들 만남의 신호탄이 되어줄

무지개 우산이 보이지 않더라도


이리저리 찾아보아

비슷한 무지개 색상의 우산이 보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싶어


잠시 그 곁을 다가서더라도

너무 슬퍼하거나 어색하지를 말며

형형색색 무지개 색깔의 옷을 입은

그대와 비슷한 사람이

내 앞을 스쳐 지나갔으니


그것이

내 운명

내 인연

내 숨결이 다한 것이라고 믿고 가자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에는

하던 일을 멈추고

막걸리 한잔에

지난 우리들 사랑이  불타올라

꺼지지 않는 한 촛불이 되어간


그날에

그렇게 장대비가 되어 내린

너와 나의 소리가

밤이슬에 스며들어 간 사연을


사랑이 오늘처럼

내리던 빗소리에 묻혀 

잊혀간 사랑이 되어간다는

그 사실을 모른 채


그렇게 쉽사리 

쉽게 다가오지 않을 

사랑이 아니었다는 것을 

외면하지 않도록 하자


그대가 떠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사랑은 늘 내 곁에  

잠시동안 머물다 떠가는

저 하늘에  

구름과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한낱 바람보다 못한

새의 날갯짓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너 떠나고 난 뒤에야

햇살은 구름뒤에서 빛이 났다



2023.6.29 청계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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