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화

- 우상

by 갈대의 철학

백련화

- 우상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를 바라보고

내 마음 흐트러짐을 알고


눈부신 햇살에

두 눈 바라볼 수 없는 것을 바라보고

내 마음 보다 더 고귀함이

있는 것을 알고


낙엽 한 잎 떨어짐을 바라보고

내 마음도 네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눈 내린 들녘을 바라보고

이 세상에 눈보다 더

순백의 미를 간직하며

바라볼 수 있는 것을 알고


청명한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구름뒤에 숨은 햇살이 미더워도


그 마음을

떠나보내지 못한 마음을 간직한

네 마음에 사랑의 이별이

이길 위에 놓여있는

끝없이 걷는 이의 마음이

되어가는 것을 알고


하늘 아래 작은 연못가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이곳에


내리는 빗방울에

젖어드는 그리움이 무엇인지

은은하게 퍼져오는 네 순결은


어느 산골 산자락에

울려 퍼지는 독경 소리에 매어

떠나지 못한


한 비구니의 삶에 녹아내린

그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네 마음 보다 더 아름다운

순수한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고


촉촉이 젖어버리고 난 후에야

그 마음 하나 지키려 떠나온

백치의 마음도 잃어버리고

피어난 백련화에


기다림에 지쳐 쓰러져간

한 나그네의 우상이

우산 없이 바라보고 서 있는

그대가 내가 아니기를 바라네


2023.7.4 청계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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