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에 서서
- 들길 따라 물길 따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들길 따라 거닐고
물길 따라가다 보면
저 하늘에 떠도는 그림자 하나
손 뻗어 잡아볼까 하여
손 내밀어 보지만
닿을 수 없었네
들녘에 서서
저 산 너머에 있는
파란 마음 넘나드는 고개에
나도 따라가다 지치면
그 마음 또한
내려놓고 떠나가리
가다 말다
멈칫거리는 마음에
들녘에 들꽃소녀야
내 말 좀 들어주오
내 말벗이 되어주오
하염없이
이 길의 끝을 물어봐 주오
떠나면 다시 못 올
그 길이
님의 길이라 따라 올라왔건만
고행의 흔적은
곧 피안의 세계와 맞닿았으니
어스프레 해 질 녘 바라보던
내 인생의
한 소절이 되어가는
어느 지나가는 이의
휘파람 소리에
문득 고개 돌려 바라보니
들꽃을 닮은 한 소녀가
그곳에 문득 서 있었네
2023.7.8 치악산 금대트래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