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한 마리 가을비에 젖어들고
- 가을비는 더욱 세차게 내 어깨를 두드리네
나비 한 마리 가을비에 젖어들고
- 가을비는 더욱 세차게 내 어깨를 두드리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나비 한마리
가을비에 훨훨훨 날아들더니
가을 들녘을 수놓고
떠나지를 못하네
가야 할 곳을 잃었을까
돌아가지 못할 사연이 되었을까
내리는 가을비에
태양의 마음도 저버렸을까
비에 젖어날지 못해
한 천사는 날개가 있어도
하늘 높이 더 멀리
날아갈 수가 없는 마음을
간직한 채로 살아가야 할
운명으로 태어나고
숨을 곳이 없어
잃어버린 자아 찾아
이리저리 배회하는 마음은
초저녁 석양빛에 타들어가야 할
한 마음이 가을비에 젖어
피어나지를 못하더니
이내 지나가는 마음에
나의 우산 속에 들어와
힘겨운 듯 퍼드덕 날갯짓에
그만 내 품에 쓰러져
안기우며 잠이 들고 말았네
2023.9.16 비내리는 시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