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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16. 2023

나비 한 마리 가을비에 젖어들고

-  가을비는 더욱 세차게 내 어깨를 두드리네

나비 한 마리 가을비에 젖어들고

-  가을비는 더욱 세차게 내 어깨를 두드리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나비 한마리


가을비에 훨훨훨 날아들더니


가을 들녘을 수놓고


떠나지를 못하네



가야 할 곳을 잃었을까


돌아가지 못할 사연이 되었을까


내리는 가을비에


태양의 마음도 저버렸을까



비에 젖어날지 못해


한 천사는 날개가 있어도


하늘 높이 더 멀리


날아갈 수가 없는 마음을


간직한 채로 살아가야 할


운명으로 태어나고



숨을 곳이 없어


잃어버린 자아 찾아


이리저리 배회하는 마음은


초저녁 석양빛에 타들어가야 할


한 마음이 가을비에 젖어


피어나지를 못하더니



이내 지나가는 마음에


나의 우산 속에 들어와


힘겨운 듯 퍼드덕 날갯짓에


그만 내 품에 쓰러져


안기우며 잠이 들고 말았네


2023.9.16 비내리는 시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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