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내리는 날에는 나는 치악산으로 간다

- 가야 할 길과 떠나 온길

by 갈대의 철학

첫눈 내리는 날에는 나는 치악산으로 간다

- 가야 할 길과 떠나 온길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야 할 길이 따로 있고

가지 말아야 할 길이

따로 있네


떠나지 못해

아쉬움에 남아있는

길이 있을 테고


떠나서 후회스러운

마음이 남아있는 길이

있었을 테니


돌아보아서 미련이 남아있는

길이 있고

돌아보지 않아서

슬픔을 이겨낼

길이 있을 때도 있고


누구나 그 일을 꼭 해야만

할 수밖에 없는

희생적인 일이 있겠고


누구나 다 하는 일을

애써 힘들게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런저런 일들을 모두 다

겪고 나서야 말한들

아직도

못해본 일들이 더 많을진대


하나만 잘해서

스타가 되기도 하지만

신이 내린 선물인양

나의 손끝에 흔들릴 펜촉을

유심히 바라보았을 때


나는 그때가

내 인생의 마지막이 될

마침표를 찍을 때였으니


우리가 지나간 뒤에

그 일을 누군가가 다시 이어가고

누군가가 그 자리를

다시 떠나면


다시 누군가가

그 자리를 채우니


그것이

우리네 인생에 있어


한낱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안고 이어간다고 하지만


실은 세월이 말해주는 것

더 이상의 행복은 나에겐

크나큰 위로가 아닐지도

모르면서 앞날을 기대해 간다

2023.10.21 첫눈 내리는 치악산 영원사 가는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