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학사 가는 길
눈이 내리는 날에는 나는 치악산으로 간다(4)
- 송학사 가는 길
시. 갈대의 철학
우수雨水지나
송학사 가는 길에
치악의 겨울이 녹고 있다
어름 계곡의 골짜기를 지나
그 속에 흐르는 작은 물소리에도
내 마음이 그대에게 다가가기 위함도
봄을 맞이할 준비에 겨울이 녹아 내려가고 있다
치악의 겨울도 힘에 겨워 부치는지
작은 봄을 맞이할 오늘
아주 작은 햇살에도 녹아내리고
그대의 마음도
나의 마음도
치악의 작은 햇살에
산산이 부서져 가는구나
구비구비 꼬부랑길 따라가다 보면
그리운 님 마주칠까 설레일까 하면서도
갈래갈래 가다 보니 내 마음 둘 곳을 잃어
이 겨울의 끝자락에 서성이게 하네
힘없는 바람에도
작은 햇살에 버틸 힘도 없는
그대 앞에만 서면 한 순간이더라
그대의 눈꽃은 어디요
그대의 상고대는 어디며
그대의 아쉬움에
눈물 훔칠 곳은 어디인가
남은 찬바람도 시샘하듯
발길질을 더욱 재촉질 하라 한다면서
상고대가 녹아 또다시 눈이 내리니
떠나 보내는 마음보다
기다리는 마음이 앞서서일까
이 겨울을 잠시라도 오래 붙들고 싶은 마음에
간절함이 녹아 내려 눈물을 글썽이게 하는구나
나무는 일 년에 두 번 운다
우는 방법을 몰라
가을에 제 살갗을 벗기며 털어내어 한 번 울고
겨울에 아무 입을 옷도 없이
흰 눈이 내려 쌓이길 바라고
찬바람이 불면 눈이 녹아
상고대가 되어 울지 못하는
그 긴 겨울을 지새우며 운다
봄이 오는 길목에 서면
동면에 쌓였던 눈들도 녹아
밤낮을 헤아리며 밤하늘 별들과 대신하고
상고대가 되면 눈이 녹아 흘러내려
눈물되어 한 번 더 운다
그 긴 겨울의 망운望雲을
그리 살갑게 느끼지 아니하고
그저 지 한 몸뚱이 의지할 곳이 없이
눈이 내리기만을 기다리며
기나긴 세월에 맡겨 눈물을 감춘다
그것이
상고대가 녹아서 우는 것이
나무가 두 번 우는 이유이다
송학사 가는 길에
7층 석탑을 쌓았다
내려오는 길에 쌓은 탑이 무너졌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어디 있으랴
눈꽃도
상고대도
그대 마음도
그대 눈물도
저 기다림에 지쳐
녹아서 사라지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