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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Nov 04. 2023

반계리 천년 은행나무 아래에 서서

-  천년의 사랑을 꿈꾸다

반계리 천년 은행나무 아래에 서서

-  천년의 사랑을 꿈꾸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러러라

그러러


네 지난 삶이

내 것그러러


떠나온 삶이 부끄러워

기다려 온 마음이

서럽다더라


그러러라

그러러라


겨울날

모진 눈사래 받으며

앙상한 몰골을 덮어줄

눈이 내리려


오랜 때 묻은 마음에

하얀 설원의 꽃을

맞이할 테


어쩌다

그러러라 하고

어쩌다

그러러 하네


여름날

초록이 물들어

온 산 대지위에 물들

초록빛 바다의 향연


그 속에서

날 알아주는 이 없는

그러러라

그리려랄 테면


내 마음이 되어서야

가을 늦가을

만추가 되어서야


천년의 마음이

고작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것들 에서


우리는 한낱

떨어지는 노란 마음에

노란 은행나무 한 잎을

책갈피에 넣어두는 마음이


그러러라

그러러라 하여

더이다




반계리 천년 은행나무 아래에 

천년을 기다려온 

마음 하나 가져봅니다


노승이 꽂아둔 

지팡이가

이야기의 꽃이 되고


꽃은 곧

연을 이루

인연의 업과보에

우리가 다시 만나는 사연의

연을 말해보렵니다 


모진풍파 견디고

마법의 지팡이 자루에

오랜 고행의 수덕한 마음 따라

피어난 노란 꽃송이 송이


만발하다

떨어지다

이어지다


이렇게

모든 연의 끝을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떨어짐은 

삶의 연속성의

끝이 아닌


새로운 진화의 세계로 이어주는

변화되어가고 있는 

나 자신과의 모질

인내와의 결실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가을바람맞으며

흐드러지게 떨어질

은행나무 아래에 서서


천년의 탯줄이 끊어져

노란 마음을 꽃피운

은행나무 아래에 누워


흰 눈 내리는

한 겨울날

밤의 여정길을 떠나는

한 고뇌에 찬

깨달음을 떠나는 이에게


천년 세월 앞에

버티목이 되어줄 

지탱목 하나 맞이할 때면


지팡이 한 자루에

갈래갈래 묻어난 

뿌리의 굴곡진 사연들을

들어본 즉 하고


세월의 고초를 견뎌낸

어머니의 주름진 해맑은

햇살과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반계리 천년 은행나무

아래 눕다 보면


어느덧 옛 지난

천년의 바람이 지나던

사이사이 사잇길에 

불어오다 지쳐 쓰러진

마음 하나 주워들라치면


어느새 가을바람 따라

천년의 목소리가

아련히 들려오고


나는 그대와

은행나무사랑에

다가올 천년의 사랑을 

다시 꿈꾸며 


다음 연으로 떠나갈

기다림이 되어가는

인연의 연습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2023.11.3 원주 문막 반계리 천년 은행나무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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