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과 어머니

- 세월의 멍애

by 갈대의 철학

김장과 어머니

- 세월의 멍애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어머니

어머니 시집오던

18세 꽃분이 꽃가마 타고

그 옛날의 청춘은

모두 다 어디로 흘러갔소


허리도 굽고

걷기도 불편할진대

어찌 손수 납시어

자식들 걱정에

추운 엄동설한에

배추 절이시고

채를 썰며


자식들 힘들거라

미리미리 챙겨주시는 마음


그 하늘보다 높고

그 바다보다 깊으며

그 대지에 날 낳으신 어머니


사랑 찾아 이리 멀리

이국 타향살이가

뭐가 좋다고

쫓아왔소


어디들 간들

밥이야 굶겠소만

거기나 여기나 매일반 이거늘


떠나실 때는

멀리 웃음을 건네며

손짓하고


이제는

허리도

다리도

마음도 예전보다 못하시니


몸은 아직도

그 아비의

마음이 되어갔었구려


한 세상 살다 보니

그래도

우리 엄니가 지어주신 밥이

세상 제일 맛있고


김장하던 날

우리 어머니가 버무려주신

김장거리에 배추속절임이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길에

갖은양념의 화려한

손기술 보다도


사랑의 헌신이 묻어난

천연조미료의 마음을


어느 누가

흉내 내고

어느 누가

버무려진 양념을

아깝다고 넘치다고 할 것이오


이제는

윗사랑을 알아가고

내리사랑이 이렇게

희생적인 사랑이라는 것을


팔월한가위가 다가오고

추운 엄동설한이

짙게 드리운 그믐달에


달이 차지 않는 날에

덜도 말라 시던 사랑

달이 차오르는 날에

더도 말라 시던 사랑


그 사랑이 무엇인지

오늘 같이

추운 날씨에 김장하시던


온몸에 서툰 솜씨도

아닐진대

어머니의 몸에 배어난

오랜 세월에 고향의 향수를


이제야 맡을 수 있었던

제 자신이 부끄럽고


김장 양념이 온몸에

덕지덕지 묻어나도

오직 자식 사랑을 위한

자리를 뜨지 않으신 마음


어머니의 손과 발을

씻겨줄 때

세월의 멍에를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는

이 마음을


이제야 어머니 마음을

씻겨주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운 마음이 아파왔소


그 옛날

못다 해준 사랑에

눈물이 앞을 글썽거리고

참회의 마음이

되어갔다는 것을


또 한 번

눈물을 짓게 하던

사나이 대장부는


눈물을 두 번 울어야

그 마음이

달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아갑니다

감자탕
감자탕

2023.11.11 김장하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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