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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an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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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계절이 지나간다

긴 꼬리 기차가 뱀처럼

합류하는 곳에 다다른다


맨 마지막 꼬리는

예상치 못한

시간의 타이밍을 놓쳤다


이윽고

쾅하며 부딪히는 굉음 소리에

한쪽은 탈선되고

또 다른 한쪽은 무참히 짓밟혔다


그래도 그들은

한 몸이 되었다


엮이고 얽힌 실타래처럼

찢어진 아픔이 도래한 순간


어느 무덤가에는

곡소리가 울리지 않고


 큰 세상을 만난 듯

그곳에 떨어져

아수라가 되어버린 곳에는


장렬한 최후의 순간이

마치 신성이 탄생하듯

적색거성은 아무 말없이

우주의 쓰레기가 되어

또다시 떠돌다 먼지로 합체한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묻어둔 채로


그곳을 지나는 기차 소리에 놀라

잠에서 스스로 깨어

최면술 걸리듯

기적을 울릴 때면


한 달의 마법을 깨우지 못한 채

스스로의 무덤을  파헤쳐버린

나의 지난 자화상을 묻어둔다


2024.1.13  치악산 금대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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