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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Feb 13. 2024

갈대의 뿌리

-  갈대는 잡초를 닮았다

갈대의 뿌리

-  갈대는 잡초를 닮았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하늘을 올려다본 게  

언제였던가


앞만 보고 달려온 내 인생

이제는 좀

쉬어도 되지 않을까 싶어


철 지난 동산의 언덕에 서서

저 멀리 반짝이는

이름 모를 별 하나에

피어난 우정을 그리다


하늘에

명의 벗이 있었어


구름은 

내 마음을 적셔주고


바람은 

내 마음을 흔들리게 하고


그리고

밤하늘 빛나는 별은

고요한 달빛에 내려앉은

내 마음의 심지가 되어

달빛에 여울지며 떠나가는 

길 잃은 이에 반짝이는

등대의 파수꾼이 되어 주었지


어느 날이었어

안개 드리운 깜깜한 밤하늘

별이 빛나지 않던

그리고 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던

적막감마저 홀로 핀

그믐달이던 밤


강가에 갈대는

조용히 혼자 울고 있었다


이윽고 밤하늘에  비가 내려

눈물샘에 솟아오른 물방울은

거대한 집채만 한 홍수로

모든 것들을 순식간에

휩쓸고 떠내려 가버렸다


다음날

쓰러져간 갈대는

떠내러 가지 않은 

흐르는 물살에 잠겨있는

나를 바라보고


어느새인가

잡초의 뿌리처럼

갈대의 뿌리 역시

늘 잡초의 인생을 살아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숙명을 거스를 수 없게 된 것을

알아갔을


갈대는 불어오는 바람에

또 한 번 울어 젖혔다


2024.1.31 제주 비자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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