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움이 얼룩진 자리
사랑이 머문 자리
- 그리움이 얼룩진 자리
시, 갈대의 철학
그대
아름다움이 커피에 녹아내렸어요
눈물도 녹고
사랑도 녹고
그리고
향기도 녹아서
그곳에 하나 더 첨가해서 넣다 보니
예전의 추억과 그리움들을 담아보았어요
마실 때마다
그리움의 진한 맛과
그날의 멋과 향수에 젖어
예전에 젓지도 않던 티 스푼을
그대 거기에 머물러 있을까
이리저리 내저어 훑어도 보고
프리마를 한 방울 두 방울 눈물처럼 떨구며
검은 색채에 흰 도화지에 옷감을 입힌 듯이
물감이 되고 파스텔이 되어가네요
그곳에 스쳐 지나는 파노라마의
지난 시간 날들 속에 섞어서
때로는
씁쓸한 저녁노을이 지는 마음을 담아보고
그곳에 간혹 있을 듯한 기억들의 잔상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갈 때에는
마음이 아파와 위장에 위산 분비가
예전보다 더 많이 활화산처럼 용솟음칩니다
둘이 있을 때 그렇게도 커피에 넣지도 않았던
설탕을 넣어 보고 마셔봐도
잠시 마음이 달래어 가는가 싶다가도
티 스푼에 내젓던 커피 소용돌이만 멈추고
아직도 내마음은 진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그리고
이내 속은 더 쓰리고 아파오니
당장에라도 위염약을 먹어야 할 지경이네요
처음의 커피 맛은 온 데 간데없지만
그래도 아쉬움을 남겨 두고 보고 싶어
마구마구 섞어진 커피 잔 속에 머물려진
마음도 넣어보고 그대 온기도 채워가다 보니
예전에 그대가 그렇게 하라고 하던 것을
지금에서야 회한에 젖어 그대 흉내를 내봅니다
믹서되어 얼룩진 커피 잔속에
하트 그림도 그려보고
그대 얼굴 잊힐까 하여 또 그려보고
작은 커피잔이 좁아 그리면
이내 곧 사라지고 먹물이 되어가네요
그대 닮은 바리스타 아가씨에게
더 큰 커피 잔을 달라하여
다시 그려볼까 하지만
그 뜨거움의 열기에
얼굴에 얼룩져내리는
두 눈의 온기에 녹아
또 한 번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이제는 커피도 점점 식어가고
예전에 우리가 지녔던 사랑도
다 못다 마신 커피잔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렇게 처음 내 왔을 때 가득하던
향기도 사라지고
맛도 식어가 차디차게 변해버리고
사랑도
그리움도
추억에 젖을까 싶으면
이내 두 눈에 눈물도
서서히 메말라 가는 중이네요
이제 더 이상의 커피가 내어와도
처음에 우리가 지니고 다녔던
사랑이 머문 자리에는
그리움의 눈물만이 얼룩져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