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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y 12. 2024

들꽃을 사랑하리라

- 나는 한 떨기 들꽃으로 태어나리

들꽃을 사랑하리라

- 나는 한 떨기 들꽃으로 태어나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바람에 흔들리는

저 꽃들을 보라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걸어가야 할 길에

내 곁을 스쳐 지나는

모든 것들 앞에서


나는 오늘도

들녘에 피어난

바람의 숨결들을 느껴며

떠나왔다


떠나간 님 그림자보다

더 아련하게 들려오는

치악산 영원사 영원골 계곡의

청아한 물소리를 들어보라


이 얼마나

감미롭고 청순하지 아니한가


들녘이 바람에 춤추고

너울칠 때마다

내 마음은 그 옛날

너에게로 향한


저 하늘에

등 푸른 고등어 떼들이 노닐던

청허 하게 헤엄치는 소리를

들어보아야 한다


걸어가야 할

내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것에

무한한 영광을 누려라


이 대자연이

뿜어주는 피톤치드도

그러하거니와


살아있는

죽어있는

피어나고

피지 못하는


앞으로 피어날 꽃들도

기약 없는 기다림도

모두 이곳에선 하나가 되어

서로가 조화롭게 살아간다


살아있는 나무는

죽어있는

나무의 영혼을 달래주고


죽어있는 나무는

살아갈 나무의 밑거름이 되어

다음 생을 위한 준비의 태동이

시작된다


자 우리의 인연이

시작이 아닌

끝자락에 매달린


어느 한 겨울날에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이

한 햇살에 빛나 녹아 떨어질 때의

만남이 되어갈지라도


그래 인생은 그런 거다

어느 한쪽이 기울면

다른 한쪽은 올라간다는 것을


마음의 수평은 곧 청심의 마음

들녘에 서서

불어오는 바람의 숨결에 기대어 보라


새록새록 풋풋하게 피어오른

조그마한 바람에도

가냘프게 사시나무 떨듯

울림이 되

금세 흔들려 버릴 것 같은 사랑이

다시 내게로 다가옴을


들꽃의 마음은

속세의 사랑에 인연을 기다린다


2024.5.12 치악산 영원사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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