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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n 27. 2024

노송은 변함이 없는데

-  노병은 돌아오지 않는다

노송은 변함이 없는데

-  노병은  돌아오지 않는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노송은

세월이 흘러 흘러 말이 없고

창공에 노니는

새들의 지저귐이 벗하니

불어오는 바람도 

님 소식 전해준다는데


하물며

노병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강산이 일곱 번을 바뀌어도

찾을 길이 옛 없어라


나의 노병은 돌아오지 않는다

아직도 청산을 호령하듯 

산천 곳곳에 살의 거름 냄새는


죽어가는 이의 향을 불러일으키듯

강산을 옥토지게 만들다

그곳에서 영혼의 뿌리와 만난다


아직 그대들을 찾지 못하니

나의 노병은

아직도 건재하고 죽지 않는다


세월의 흔적에

구부정한 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나의 어머니의 아련한

잊혀간 뒷모습이 있어서 고


이산 저산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그대들 숨 쉬는 허파가

연기에 춤을 추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그대들의 못다 이룬

청출어람을 찾지 못해서다


그대들이 지켜낸

마음의 고향

마음의 안식처

마음의 휴식처는

빼곡히 나의 어머니 머리숱 마냥

그렇게 하소연 없이 하늘 져 갔다


어디 어딘들 메이고 또 헤매어도 

그대들 발길이 머무는 곳은

언제나

다져지지 않은 곳을

찾아 떠나는 길 잃은 사슴에

나는 그 길 위에 놓인 부평초 인생


노송은 늙어도

하늘을 위배하지 않으니

그 마음 까닭에 

잠자는 노병은 땅의 신령을 깨운다


축 늘어진 가지 사이사이

내비쳐진 물속의 제 그림자에

누란지세의 제 모습인양하듯 하며


돌아오지 않는

아니 돌아오지 못하는

두 번의 길이

한 번의 마음을 지켜내어 가야 하는

너와 나는 한 마음 한 핏줄의

외나무다리에 놓인 동아줄이다


언제나 그대들의 모습은

흐르는 물살에

내가 되어 천이 되어 흐르듯

아직도

살아있음을 알아가게 하는다


노병

늙고 늙어 마음이

깊게 파여 

그 많던 세월을 어찌 감당할 수

있었으랴


노송은

오랜 비바람에

세월 따라 팔다리가 흔들려도


창창히 꽃피는 봄날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꽃이 되고픈 

세월의 모든 마음을 감내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을

어느 누가 이를 탓할 만 한가


풍난의 지세에  이리저리

사지가 잘리는

상처 난 마음도 세월에 의존해

모난 돌도

둥글게 다듬어져 가듯


노송의 뿌리 깊은 영혼은

아직도 설 깨어

두 눈 부라리듯


등이 굽고 굽어

마음이 송두리째 파여도 

뿌리는 더욱 깊숙이 내쉬지 못하는

폐 속을 깊게 찌르는 비수처럼

나는 다시 숨을 쉴 수 있다


푸른 잎새에

사시사철 변함없는 마음을

그대들로 인해 나는

이 아름다운 강산에서

꾀꼬리 대신 허공의 메아리가

울림이 되어가는 전설을 이야기하자


오랜 간직한 채로 살아온

노송의 마음은

메말라 가는 저수지의

마지막 희망이  되어간다


림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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