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Oct 02. 2024

어느 늙은 이의 낡은 지팡이

-  여보  당신 사랑해요

섬강 땅거미

어느 늙은 이의 낡은 지팡이

-  여보 당신  사랑해요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세월은 흘러

어느새 여기까지 왔는데


여보 당신

평생 머리에 이고 지고

떠나온 사랑했던 나날들을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우리에겐 아직도

못다 한 사랑이

여울져 굽이치는 강물이 되어

떠나가고 있음을 알아갑니다


사랑했던 날 보다

사랑해서 아파했던 날들이

더 오래되고 기억되어

추억으로 남는 것은


어쩌면 떠나면서

되돌아올 수 없는 마음들이

미련이라는 잔정들이

내게 아직도

지금도 회자되고 있음을

알아갑니다


때론,

기다림에 지쳐 목이 메어

소금에 절여진


어느 슬픈

굴비의 눈을 바라볼

밥상

황후의 만찬이거늘


마음은 늘 언저리

당신에게 미안한 감정만 남아

내  눈물을 적셔져 오는 것이


비단,

당신에게서 흐르는

눈물만큼이야 하겠어요


지나온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고 하지만

어리디 곱고 고운 연분홍 끼에

수줍던 얼굴에 놓인

그 마음을 이제야 알아갑니다


풋풋한 세월의 흔적은 

모두 어딜 떠나가고


간장에 푹 담가 졸여진

간장 음식들이

당신의 살아온 역사를 말해주듯

살모사의 마음이 어찌 그리

매정타 애석할 수만 있겠소

애달프오


떠나와 함께 했던 마음들이

하나둘씩 떠나갔을 때


사랑스러운 당신

훗날 내가 먼저 이 세상에 없거든

산전수전 겪은

어느 늙은이의  낡은 지팡이가 되어줄

사랑하나만은 남기고  떠나가주오

2024.10.1  시골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철 따라가 버린 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