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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살

- 맨드라미 인생

by 갈대의 철학

주름살

- 맨드라미 인생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당신

어느새 곱던 이마에


번데기조차 주름잡지 않던

시절인연에 맺어진 사연


이제 잰걸음 더디 다가서니

옛 생각이 절로

사무쳐 오는 구려


세월 인연 앞에
군불에 오징어 말라 비틀어가듯

그 많던 살림살이 보태더니

이마는 빨래판 되어가고


주름살만 깊게 파인 길은

굽이굽이 산천 휘어감은

깊은 계곡길이 닳고 닳은

반들반들 보들빗자루 되어가듯

맨드라미 인생 꽃되어

그 흔한 정만 남게 되어 갔구려

그 무겁고 버겁던 세월들을
어찌 마다하지 않고
소쿠리에
광주리에
머리에 받침도 없이
그 머나먼 길을 걸어왔소

단,
하나의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점점 식어가는 불쏘시개를

불지피 우고


나는 그대 마지막 불씨에

다시 사랑의 정하나를

찍어드리리다


2025.1.10 겨울 치악산의 위용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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