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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이 걸어가는 길(1)

- 참선의 길

by 갈대의 철학
그리움만 쌓이네.노영심

치악이 걸어가는 길(1)

- 참선의 길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치악산에 오르거든

날 아는 체를 해주시오


주막거리 쉼터에서

그해 나눈 사랑은 어딜 가고


이 험준한 산골에

인적이라곤 스쳐 지나는

바람소리가 내게는 전부이거늘


늘 같은자리에

이제와 내가 다시 앉아

옛님을 기다리게 되는구려


같은 곳에 옛 향취가

묻어날까 하여

조심스레 발길 옮겨보지만


이 깊고 깊은 적막한 산야에

바람에 너울지는 그대의

지난 잔잔히 웃음 건넨

여울진 얼굴만이 생각나는 구려


끝없는 산야에

야인이 되어 떠나가는

나는 길 잃은 영혼의 이정표 되어

그대 못다 한 길에

바람의 길 흔적이 되고


산 모퉁이 돌고 돌아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메마른 땅에는

발자국이 남지 않으니


걸어온 지나온 내 청춘

지금에서야 이 발걸음을

옮길 수 있고 따나 온 것은


내 지남찰 되어

발자취가 추억이 되어가는

이름 모를 나그네의

어느 길 잃은 어린 사슴의

슬픈 눈동자를 나는 기억하리다


비가 내린

어느 오후 맑게 개인 하늘아래

촉촉한 발길에 묻어난

지난 그대 발자국이 낙인 되어

이 자리에 떠나온 마음에


나는 지금도 여태껏

아마도

그대를 사랑이라는 미명아래


그대 걸어온 길에 촛불 밝히려는

작은 등불이 되어가는 이 길이

내가 그댈 위한 치악이 되어 걸어온

참선의 길이 되어갑니다


2025.6.13 치악산 종주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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