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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미로

- 미로 같은 사랑

by 갈대의 철학
바람꽃. 장윤정

인생의 미로

- 미로 같은 사랑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나 홀로

이 산속을 오르는 길이

힘겹고 버거워라


이 산중에

오고 가는 이 없는

인적이 드문

외딴 길을 걷노라니


산속을 헤매며

미로 같은 숲을 헤치고

떠나갈 때에


나뭇잎은

오래 빛바랜

초가삼간 지붕에 얹은

소에게 못다 준 건초더미의 실체


불어오는 바람은

나의 영혼을 불어주는

멈춰버린 시계태엽의 녹슬다

간간히 기름칠에 삐거덕 소리 내는


마치 형장의 이슬로 끌러가는

어느 슬픈 소의 눈을 바라보는

마지막 절규의 찬 목소리가

들려올 때처럼

우리는 그 소리의 변환의 시점을

기억해야 한다


정상에 다다랐을 쯤에

헐떡거리는 마지막 끝에 매달린

부지깽이의 초라한

전라의 신세


내 쉬다 말다 멈춰버린

한숨의 정체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창공 위 빙빙 맴도는

황조롱이의 매서운 눈에

나의 절규하는 몸짓을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


이윽고

나는 희미하게 찾아온

몽롱한 의식의 세계에 접어들었을 때

나는 꿈을 꾼다


하늘의 응징자

매의 찰나의 순간에 던져버린

한낱 육체의 고깃 덩어리에 불과한

먼저 숨 가쁘게 넘어가는

고개를 지키는 사냥꾼에게


기다림에 대한 용서를 바라는 것은

나의 모든 것을 내던져 주고

외면할 수가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초라한 뚝심에 구름 한 조각의 마음도

건질 처지가 되지 못한다


이제는 나의 몸짓과 마음

하늘과 땅의

이치와 섭리를 따를 수밖에 없는

신들의 부적합 판정에도


어떠한 억압된 인용의 논리의 실체도

나를 도와주지 못한 채

나 스스로 자책골을 외면해 가는 것을

어느 누가 다가와 도와주지 못한다


부자연스러움과 부드러움의 경계에

나는 놓여있다


나의 동태눈이 되어가는

게슴츠레한 눈을 먼저 파먹을 것인가?


나의 꺼져가는 마지막 심장의 불꽃에

심지를 태울 천상의 악몽을 깨울

구세주처럼 천사가 나타날 것인가?


나의 꿈은

현실에 입각해야 한다


그대의 마지막 키스에 가까운

따듯한 입김이 불어와

살포시 나의 입술에

철의 장막을 친 포진에도


나는 힘없이 맥없이 풀어헤쳐 날린

어느 소녀의 자전거 탄 풍경에

바람에 실타래처럼 날리는 머릿결을

붙잡을 수 있는 실낙 같은 용기를

그려보아야 한다


순간,

일시적 뇌리부동의 마지막

절정의 결말은


아직도 이곳을 떠나지 못한

이들의 남겨진 몫이 되어주어 주기를

뒤쳐진 이들의 남겨진 희망으로

다음 고갯마루의 사냥터가

되지 않도록 나의 마지막이 될

사력의 힘에 3할은 남겨두어야 한다


간혹 들려오는 새들의 소리에

문득 귀 기울이며

의식의 호흡을 맞춰가듯

두 귀 쫑긋 하여

님 부르는 소리인가 하여

다시 가던 길 멈추면


어린아이 첫 수영 물놀이 하듯

무수히 내젓는 발길질에

더 이상의 앞의 전진이 없는

지나온 무수히 걸어온

내 발길이

제자리 걸음 되어갈 때면


인생의 미로 길에 올라서서

두 팔 벌려 하늘을 포용할 때에

세상의 풍요를 모두 누린 듯


누른 자의 전설의 이야 가

정상에서의 희열에서 맛보는 감회가

잠시만이 아니하기를


이제와

무얼 이토록 힘들게 올라야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하고

나의 갈 곳 잃어 헤맨 마음을

달래고 보듬게 할 수 있었는가?


늘 떠나온 길과 도착한 길은

신의 저울과 같기에

내게는 늘 신기루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의 도전장이

되어야 한다


훗날

이곳에 다시 오름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하는

마음의 의구심은 떠나보내도 좋다는


미로 같은 인생에

미로 같은 사랑은

다시는 찾지 않을 테니까?


보은의 종
치악산의 뱀
상원사 계곡에
세존존재불상
치악산 상원사

2025.6.13 치악산 종주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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