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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에게

- 안녕 당신

by 갈대의 철학

능소화에게

- 안녕 당신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안녕

능소화


안녕

당신


당신이 열정으로

피어나기 시작하던 날

하지가 지날 무렵이었소


그날은

너른 대지에 심어놓은

감자를 한창 캐던 날


오늘 같이 볕이 없는 날에

감자가 토실토실

알밤처럼 여물어 캘 때


당신의 사랑도

그만큼 무릇무릇 익어가지

않았겠소


철 따라 피고 지는

저마다 꽃들이 춤출 때

당신도 계절에 맞추어 입고

함께 춤을 추었다오


너울너울 춤추며

저 하늘에 날아오르는

한 마리 학처럼

훨훨 날아가는 나비가

되어가오


오늘 아침 산책길

뻐꾸기 울어지친 때면

떠날 때가 되었던

울부짖는 목소리


님의 둥지 살이가 그립다 못해

매정치 못한 마음을

기억해 가는 오늘의 현실을


초저녁 매미도

그러하거니와

우리가 얼마만큼 에

매미의 일생처럼 살아왔으며


또힌 뻐꾸기의 일생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는지를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짓던 능소화의 해맑은

해바라기 마음을


나는 아직도

추억의 진자리에 멍석을

지금도 잊지를 못하는

능소화의 마음이 되어가오


2025.7.5 치악산 금대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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