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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화

- 산수국

by 갈대의 철학
이별노래. 유열

수국화

- 산수국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변덕스러운 그대여

당신의 입에서 꿀이

철철 넘쳐흐를 때


나는 미처

피할 사이도 없이

당신의 유혹에 넘어갔습니다


치악산 영원사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나

인연이 되어 피어난 산수국


당신의 고운 자태를 뽐내며

산자락에 메인 당신을

바라보노라면


일찍이 이곳에

찾는 이 없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한참을 서성이다

갈 곳 잃어버린 나그네 되어

나는 잠시

가야 할 길을 잊어버렸습니다


벌들이 당신의 주변을

호위하느라


그리고 첩첩산중에 둘러싸여

만약에 튀어나올

사나운 짐승들의 무리에

진득이 움츠려 버린 나는


조금 멀리서 나마

당신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

애틋한 정서가 되어가는

이 마음은

당신을 지키기 위한

수호천사가 되어가렵니다


당신이 피어날 무렵쯤이면

그 진한 향내도 없이

여름의 절정으로 치닫으니


어느 지나는 이의

바쁜 걸음에

그냥 스쳐 지나는

이들의 총총걸음은

가히 마음 둘 곳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내게서 당신으로 하여금

못내 아쉬움이 더한 것은


이곳이 지난 나에게 있어

둘도 없는 절호의 기회

찬스가 찾아온 것이


당신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나만의 비밀의 화원이

되어가서입니다


치악산 영원사 가는 길이

십리 타향살이 길도 아니지만


산에 피는 산수국은

산이 좋아 산에서만 피어나니

어떤 인들은 당신을

그냥 쉽게 지나칠 수 있기에

사모하는 마음이 들지 않아도

너무 염려하지 말아요


인연은 잠시

사랑의 기억은 영원할 테니까요


그래도 나는

당신의 슬퍼하는

마음의 위로를 벗 삼아


치악산 영원사 가는 길에

너무 기뻐하지 않는 마음으로

이 길을 또다시

걸어가 보렵니다


2025.7.4 치악산 영원사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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