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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의 일생

- 나무의 일생

by 갈대의 철학

잡초의 일생

- 나무의 일생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작은 나무가

커다란 나무 아래

함께 살아갑니다


비롯

하늘을 높게 바라볼 수는 없었지만


여름날 뙤약볕에

가뭄이 들면


큰 나무는 제 몸을 떨구어

잎을 스스로 떨어뜨려서

생을 이어가고


작은 나무에

그늘과 나뭇잎을 덮여주어

살아가는 데 있어

충분한 영양소를 마련해 주고

삶의 의미를 부여해 줍니다


작은 나무는

큰 나무 그늘숲에 가려

땅의 메마름이 큰 나무그늘이라

덜함을 위로받기도 하며


잡초의 일생은

낮아서 아름다움을 말하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그리 비가 오지 않는 땡볕에도

뿌리내리고 살 수 있는 것은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생명 줄이기에

우주 삼라만상의 범주를

깨닫고 이해하기에

그리 오랫동안 기다림이 오지

않아도 되어갔습니다


낮에는 최대한 나의 본모습을 낮추고

간혹 불어오는 솔바람에

한두 방울 떨어지는 바람 따라오는


어디선가 떨어질지 모르는

비 한 방울의 그리움이

전부가 되어갔습니다


이윽고 목놓아 기다리던

밤이 찾아오면


그동안

낮에 그 뜨거웠던 마음이 식어

찬 이슬 되어 맺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처럼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전부이기도 하겠지만


생의 마지막 한가운데서 방황을 하는

어느 막다른 골목의 시한부 인생

그 갈림길의 마음이 아니었기에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되어가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숲 속의 나무는

서로서로가 공생을 이어가면서

커다란 숲을 이루고

지구의 허파가 되어 가듯이


우리도 역시

하나의 거대한 운명 공동체로 태어나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가야

필연적인 숙명적인 관계이었기에


또 다른

삶의 기나긴 여정길에 오를

아름다운 사연이 되어갑니다


2025.7.30 부론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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