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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相思花)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by 갈대의 철학

상사화(相思花)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상상만 하고 기다릴 텐가?
꿈만 꾸고 그리워할 텐가?




따뜻한 봄날

마다하고

철 지난 아이들처럼

이제야 화려하게

피어났어야 하는 이유를


상사화는

그대의 꿈


꿈이 날아갈까 봐

희망이 곧 현실이 되도록

잎이 먼저 지고

꽃이 되어가는 사연을


날개를 저버리고

태어났어야 할

운명을

숙명으로 받이들인 채

태어난 너


한 없이

잎이 지고 난 뒤

찾아오는 그리움에


홀로 핀 사랑은

누구의 기다림을 위해

피어나는 마음이

되어갔어야 하였을까?


날개가 없어 꺾일 수 없고

꽂이 피어나면

날아가고 싶어도

날아갈 수 없는

부자연스러움의 한계에


과연 그대는

상상으로만 만나야

하는 존재였을까?


그래도

남들처럼 피어날 때

피어났어야


외로움이 지는 자리에

이슬이 내려도

젖지는 않았을 텐데


동병상련에 묻어난

지난 애틋한 향수에

너의 존재에 무상함도

잠시 잊힌 채


여름 지나는 턱걸이에

가을의 문턱을 넘나드는

너는


시집갈 고깔모를

미리 씌워진 것이

못다 이룬 사랑에 대한

운명의 마지막 몸짓으로

내게 먼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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