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곧은재 가는 길
치악의 소리들(잊혀 가는 것들)
-치악산 곧은재 가는 길
시. 갈대의 철학
길 한 모퉁이 돌아서면
계곡 물소리에
옛 화전민의
물레방아 찧는 소리가
언제였던가
쫄쫄 쫄 쏴아아
어이 이보게들 보소
가다 지칠 법도 한데
여기서 잠시 머물다 가소
막 걸리 한잔에
목도 축여가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귀동냥도 구걸하고
주막거리에서 쉬어가 보세나
비도 안 올진데
어찌 바람만 불어 제치니
바람소리마저 매정하게
이 깊은 산골에
헹하니 불어오니 말이오
쉬이익 휘이잉
나그네 벗 되어 떠나는
그대 길벗도 지쳐가오
새 우는 소리에
애꿎은 지팡이만
타타딱
땅의 신령만 깨우는
타령만 하니 말 이외다
돌아갈 벗도 없는데
기다릴 님이 있지 않는 게 당연하오
드높은 줄 모르는 나무도
하늘에 가려
간간히 내 비추는 햇살이
마치 얼어붙은 갈증에
심산한 마음에 뿌리가 되어
처량하기까지 하더이다
참새 지저귐 소리
짹짹짹 찍 찍 찍
딱 따구리
딱딱딱 딱따딱
이들의
나무 쪼는 소리가
어느새 적막을 깨우니
마치 혼령에 이끌리는 마음에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니 격이 되어버렸소이다
지나는 바람소리는
제 살갗을 울 어제치는 나무 소리에
갈대 사이를 오가며
풀피리 님 부르는 소리 인양하며
촤아아 위이잉
피리리리 피리리
저 멀리 들려오는
깊은 산사의 목탁소리
탁탁탁 탁탁탁
똑똑똑
반가운이 반길 사이도 없이
컹컹컹
개 짖어 대는 소리에
어느 마음 좋은 이도
굳이 그 길에
발길을 애써 외면하려
그 마음을 돌리려 함이오
고둔치 활공장에서
원주시내를 바라보이는 풍광도
저 한가로이 누워
풀을 뜯는 소牛의 형상을 닮은 지 오래되었건만
내게 있어
오히려 반추해서 멀리 치악을 바라보는
소의 여유로움이 찾아주는
평화로움도 없거니와
그대에게 있어
저 멀리 차령산맥 한 준령峻嶺에 걸쳐있는
곧은재 10부 능선의
부드러움에 놓여있는 길목도
오갈 데 없는 이의 길 잃은 나그네에게도
부표浮標처럼 찾아주기를 바라는
한낱 치악의 위엄에도 비할 데가 못되더이다
따뜻한 커피 한잔이 주는
어린 정감에
커피 내리는 소리
커피 휘젓는 마음
커피 마시는 향기
이곳에 오면
이들이 빚어서 만들어낸 하모니도
모두 세속에 묻혀서
치악과 동화되어 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