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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n 22. 2017

시듬의 이유

- 인연因緣은 특별한 만남이 아니었습니다

시듬의 이유

- 인연因緣은 특별한 만남이 아니었습니다


                                              시. 갈대의 철학[蒹葭]


뭐든지 시들어갔었습니다

특별한

공간의 제약도 필요 없이


동안

그래왔었처럼

오랫동안

언제 그랬었냐 하였던 것처럼


진실된 거짓말이 되어가도

당연히 그런 줄 알아왔다는 정설定說인양


사랑-

다 채워도 끝없이 채워가는

빈 술잔의 기술


이별-

다 잊은 듯한 착각의

마지막 남은 배려의 기술


그리움-

헤어짐에 배고픈 하이에나처럼

어설픈 미련의 기술


기다림-

사랑+이별+그리움을 뺀

존재적 자아실현에 대한

잔존의 허상과 허울을 덮는

무상된 의식의 기술


그리고


우정까지-

마지막 표류에 남은

일엽편주에 승선된

자괴감自愧感에 드리운 마지막 자존심


뭐하나 시들지 없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마치 뜨겁던 여름날

가두리 양식장에 물고기들 떼처럼


구들장에 거둬들인

뒤주 간에 서서히 죽어가는  

예정된 다음 생의 의식을 위한 행사처럼


핏빛보다 더 짙게  

제 몸을 태워 물들여 매말라가는

장미 인생처럼 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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