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듬의 이유
- 인연因緣은 특별한 만남이 아니었습니다
시듬의 이유
- 인연因緣은 특별한 만남이 아니었습니다
시. 갈대의 철학[蒹葭]
뭐든지 시들어갔었습니다
특별한
공간의 제약도 필요 없이
처음동안
그래왔었던 것처럼
오랫동안
언제 그랬었냐 하였던 것처럼
진실된 거짓말이 되어가도
당연히 그런 줄 알아왔다는 정설定說인양
사랑-
다 채워도 끝없이 채워가는
빈 술잔의 기술
이별-
다 잊은 듯한 착각의
마지막 남은 배려의 기술
그리움-
헤어짐에 배고픈 하이에나처럼
어설픈 미련의 기술
기다림-
사랑+이별+그리움을 뺀
존재적 자아실현에 대한
잔존의 허상과 허울을 덮는
무상된 의식의 기술
그리고
우정까지-
마지막 표류에 남은
일엽편주에 승선된
자괴감自愧感에 드리운 마지막 자존심
뭐하나 시들지 없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마치 뜨겁던 여름날
가두리 양식장에 물고기들 떼처럼
구들장에 거둬들인
뒤주 간에 서서히 죽어가는
예정된 다음 생의 의식을 위한 행사처럼
핏빛보다 더 짙게
제 몸을 태워 물들여 매말라가는
장미 인생처럼 되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