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사랑

- 나이

by 갈대의 철학

허수아비 사랑

- 나이

시. 갈대의 철학[蒹葭]


사랑은 허수아비

사랑을 주어도 가만히 있고

곁에 있어도 아무런 대답이 없네


사랑은 허수아비처럼

묵묵 묵 덤덤덤

지켜보고 바라보는 것 이는지


새들이 지저귀어도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저 한사랑이 영원한 사랑인 줄 안다


허수아비는 그대만 바라본다

그대 사랑이 전부 인양하면서도


봄에는 꽃이 피고 새가 울어

내 소식 잘 있냐고 소식 전해도

잘 있다는 경청 아닌 침묵으로 일관하고


여름에는 하늘이 자기 처마 인양

소나기에 늘 맞아도

양 어깨가 축 쳐지고 무겁고 아파와도

싫은 내색 한 번 안 하고


가을에는 참새들을 쫓지도 아니하고

나눔의 기쁨을 알고 지내며

언제나 그 자리가 천성 인양 달관하며 서있네


겨울에는 눈이 내려와

하얗게 머리가 백발이 되어가도

이듬해에 다시 어김없이 돌아올 거라

여기면서도


추운 겨울 엄동설한에 홑이불 걸치듯이

사시사철 똑같은 옷을 입어도

아무 걱정 탈 없다고 하고


허수아비 사랑은 말한다


사랑은 원래 태어날 때부터

이기적인 사랑에서부터 시작하게 되면서

차츰 나이를 먹고

성숙과 원숙함이 보일 때

사랑은 희생적인 사랑으로 변해가지만


그렇게 다가온 사랑이

어느새 사랑도

초월적인 사랑으로 변해서

더 이상 가슴 아픈 사랑도

마음 아픈 사랑으로 승화되어 가고


끝에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끝없는 사랑에 가슴 메어져 오게 된다


그러한 사랑이

우리가 잠시였던 마음에

잠시 그대에게 머물다

떠나가는 사랑을 하게 되면서


마법과 같은 묘약을 만들어

마력이 생기게 되고

다시 사랑하게 되는 용기가 생겨난다


허수아비 사랑은

나이를 먹어도 늘 한결같은 사랑에

외모는 남루하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마음은 언제나 같은 곳을 바라보며

늘 그대의 사랑을 기다리며

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는 마음을 갖고

오늘도 그 길가 한쪽만 바라보며 서있는다


[2017.8.26 금대리 길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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