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이요(오대 종주 백두대간 종주길에서)

- 길은 길이다(오대산 종주길에)

by 갈대의 철학

산은 산이요(오대 종주 백두대간 종주길에서)

- 길은 길이다(오대산 종주길에)


시. 갈대의 철학[蒹葭]



갈 수 없는 길이 어디 있으며

건널 수 없는 강이 어디 있으랴

길 없는 산이 곧 나의 길이요

건널 수 없는 강이 곧 그대의 마음이라


산길 따라나서다 보니

네 발길따라 멀리까지 왔건만

돌아오지 못할 능선 사이를 곁에 두고

지척에 그대 마음 둔 것을

이제 찾아온 것에 회한이 묻어나는 것이

곧 나의 길이며 내 고향이었기 때문이어라


새벽길 따라 나섬도

하루를 못다 이룰 것에

염려하는 마음을 둔 것이

다른 삶을 사는 삶들에게

찾아올 수 있는 희망을 찾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발길 닿는 곳으로 가거라

발길 잃어버린 곳으로 개척해 가거라

무엇이 두려우며

어디까지 올라왔다고도 말하지 말자


지나온 길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단풍이 빨갛게 물들어 그대 마음 젖시는 만큼

낙엽이 첩첩이 그해 눈처럼 소복이 쌓인 만큼

사랑도

이별도

그리움도 켭켭이 쌓여가게 만들자


가는 이 길이 멀까 하여

슬픈 목을 내놓아 울부짖는

어린 사슴의 물 한모금에 눈물 머금고

먼산 바라보며 님을 향한 마음을 그리고


아직까지 깨어있지 않을 그들을 위해서라면

자존심은 떠오르는 햇살 못지않게 강하지만

숲과 단풍에 취하여

갈길 먼 산을 둘러보고

내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들어


그 길 따라 오른

산꼭대기 모퉁이에 둘러싸인

구름 한 점을 기억하고


산이 거기 있으니

그곳에 그대로 있는 모습이 좋고

강물은 흘러 흘러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는 것이 좋고

나무는 푸르며 하늘을 바라볼때의 모습이 좋고

사람은 사랑할 때의 모습이 남아있을 때가 좋아라


오대 종주가 나의 마음을 벗어버리게 하고

오대 단풍이 나를 유혹하여 물들이게 하니

이곳에 온 들 그대 쉴 곳이 어디 있으랴


온 세상천지가 단풍이로세

이리가도 단풍

저리 보아도 단풍


단풍가를 불러보세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그대로 거기 존재하기 때문이요


그대가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움을 논하기 이전에

그대 마음 머물기를 찾아줄 뿐이라오


[단풍가]


단풍 찾아 떠나온 것도 아닌데

그대 찾아 기다려온 것도 아닌데

단풍에 이리저리 홍취해

올라왔네 올라섰네


사랑아 무엇하냐

이가을 지나면 못돌아 온다던

철지나면 돌아올 것만 같았던


단풍 같은 사랑

단풍 같은 사람

그리 쉽지 않으리


[2017.10.8. 오대산 백두대간 종주길에서]

- 20km/20kg/12.5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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