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에 물들다(2)

- 치악산 고둔치(곧은재) 가는 길에서

by 갈대의 철학

치악에 물들다(2)

- 치악산 고둔치(곧은재) 가는 길에서


시. 갈대의 철학[蒹葭]



아무리 아름답고

고운 단풍일지라도

그 고운 자태를 뽐내고

시샘하기 위해서는

홀로 서는 마음을 드러 내놓지 않고서는

유지하고 지키는 것은 어려워라


뭐든지 시기와 때가 있는 법

하나는 가고

또 다른 하나가 오기까지

적절한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아름다움도 곧 사라지리


구름 가리고

햇살 감추우며

갈대밭에 바람 멈추고

구름에 햇살 드러내지 않으니

아름다움 또한 연출할 수 없는 것처럼


햇빛에 없으면

빛바랜 개살구가 술에 잘 익듯이

향기와 맛이 오래가고 볼품이 없지만

그 맛을 알아주고 기다리기까지

시간은 그대를 멀리하고 기다려 주지 않으리


가을이 되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누구나 나그네가 되어 간다


어떠한 표현도

어떠한 마음도

어떠한짓도

어떠한 말로도


이 가을이 떠나고

이방인이 될지라도

그대의 손 끝과 낯선 시선이

머무는 곳도 어설프지 않으리

...


고둔치 길은 아리랑길

님 고개 너머 가는 길

사람의 마음도

단풍의 마음

앞에서 보는 마음과

뒤에서 보는 마음과

위에서 바라보는 마음

아래에서 바라보는 마음이

모두 제각각 모양새가 틀리듯이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들이 어쩌면

저 단풍처럼 철 지나 변하고

자연스레 성숙하여 물들어 갈때

때가 지나면 낙엽 떨어지는 것이

사람이 저마다 살아가고

자연이 주는 이치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


겨울이 오면

나는 그때가 참 행복할 수 있었다고

그대의 시인이 되어간다는 것에

감사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다시 말하리


[2017.10.21 치악산 곧은재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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