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 잉태(孕胎)와 인내(忍耐)

by 갈대의 철학

겨울
- 잉태(孕胎)와 인내(忍耐)


시. 갈대의 철학[蒹葭]


겨울에 태어난 그대는
나에게 있어 인내를 품은 아버지요
봄은 그대에게 있어
나에게는 잉태의 어머니이시다
여름이 그대에게 있어
모진 세월에 인내를 의지한 채
검붉게 타들어 간 시어머니의 마음이라면
가을이 그 만큼 나에게 안겨주는 의미는
그대에게 지난 겨울부터 인내를 지닌
거둠과 버림의 두가지 잉태를 기다리게 하였다


그대의 예전 모습이나 작금의 시선도

사시사철 계절의 옷을 바꿔 입으면서도

똑같은 색상에

똑같은 행색에

남들 다하는 흉내도 내 본적이 없이

남루하게 살아온 인생에

변한 거란 건 그저 멍울지고 헤어진

낡고 닿아진 줄무늬 카키색 체크 지퍼 점퍼 하나


봄에는 출산에 고통의 인꽃을 피워냈다가

칠삼일 지나 백옥 같은 피부에
백일홍으로 다시 피어나고


그렇게 시작되고
멀게만 느껴졌던 시간도 한세에 돌을 맞아

금세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겨울 채비를 다시 맞이하려한다

[2018.2.4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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