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연습

- 이별 여행

by 갈대의 철학

이별 연습
- 이별 여행


시. 갈대의 철학[蒹葭]


이별의 예감은

예고도 없이 다가온다



그대

바람이 불어오면 불어오는 대로
나는 그대의 바람이 되어

그대 찾아 그대 곁으로 떠나리다

그대의 바람이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려 와도

그대가 늘 좋아하던 봄바람을 맞으며

하나 가득 사랑을 머리에 이고

그 힘든 고행의 길이 될지도 모르지만

애써 태연한 척 말없이 바람과 함께 떠나리다

그대가 예전에 나를 처음 보았을 때처럼

순수했던 마음으로 바라보던 눈길이 그리운 것이

눈동자의 동공은 커지고

마치 놀란 사슴처럼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마음이 마치

궁지에 몰린

어린양의 모습처럼 어쩔 줄 몰라하는

그대의 청순하고 가련한 순수한 모습을

아직도 나는 그때를 기억하오

그대

헝클어진 나의 머릿결과

진한 눈썹과 약간의 콧수염을 좋아했던

그리고 한없이 그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멍하니 서있던 그 모습을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니 말이오

때론 그대가 그토록 좋아하던

멋스럽지는 않지만

소박하게 웃어주던 멋쩍은 표현을 지으면서

어린아이 마냥 재잘거리던

그때를 좋아했던 그대였소

행여나

바람의 소식이라도 전해 주면 고맙겠소만

다 부질없고 나의 욕심만 커져 갈 뿐이라오

그대가 먼저 도착했을 거라 생각은 안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 한 두 개를 가슴에 쓸어 안으며 열어둔 채

하나의 마음은

그대의 바람으로 이미 저 하늘에 날려 보냈고

또 하나의 마음은

나의 부질없이 철없던 사랑을

용서해 달라 하는

바람의 가르침에

또 한 번 날려 보내었소 이다

그대가
행여나 찾을까 봐

염려될 까 봐서

나의 발길은

이정표 없는 나그네가 될 것이오


부표 없이 정박할 수 없는

망망대해에 한 점 바람에 의지한 채

떠돌다 만 미아가 되는 신세가 될 터이다


나의 방향의 길과

나의 방황하는 마음을

저 쪽배에 실어 보내어

의지도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될지도 모르겠소만


나 그대를 위해
지금껏
헌신짝 처럼 살아 온 것에 후회없이

작은 얄팍한 자존심도 구겨 버리고 떠나리다


그나마 늘 부족한듯

남아있는 마음의 거울도
신세타령에 넋두리를 해 보고 또 해보았지만

장날에 내다 파는
강아지 품 값도 못파마음을 두었으니
어쩌다 능사가 되어버린 지가 오래되었 이다


그대

바람 따라 불어오는 곳으로

정처 없이 한없이 그대 곁으로 떠나리다


훗날 다시 만나는 연이 된다면

연에 대한 기구한 사연일랑 알랑하지도 말며

삼신할미께 간절히 간청드리옵고

연이 다하여 기이한 우연이라 여기면


그대와 나의 만남도

인연이 다시 시작할 거라 여기어

하늘의 신께

영원히 변치 않을 사랑이라 약조 하리다

그대

바람이 불어오면 바람이 멈추는 그곳에서

다시는 이별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그대에게 진정으로

새끼손가락 걸고 맹세 약속 하리다

성냥개비처럼 그으면

쉽게 불타 오르는 사랑

금세 불붙고

타 들어가는 그러한 사랑이 아닌


사랑이 꺼져가는 불씨에

바람 한 점에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 거라

그러한 사랑에 갈증 나지 않고

모든 사랑이 쉽게 불붙을 거라

누구나 다하는

사랑앓이라 여기지도 않을 것이며


다 인연 된 업보의 사랑이라면

그때는

처음 사랑했던 마음인 줄 알고

고이 간직하며 사랑하리다

나 그대에게

그때는 나는 진정으로
그대를 위해 머나먼 길을

다시 찾아 떠나왔다고 속삭여 말하리다

그대

바람이 불어오면
나는 그대의 숨결이 숨 쉬며
머무는 그곳으로 떠나리
그대 발길 찾아 기다려 왔다고
살며시 말하지도 않으리오

그대

바람이 불어오면

나는 그대의 바람 따라 나부끼는

머릿결을 베개 삼고

온종일 그대와 함께 지냈던 그곳으로 떠나리오


그곳에 도착하면 혹시나 있을

그대를 기다리며

문을 두드리고 그대가 마중 나올 채비에

가슴은

저 하늘에 뜬 구름을 잡는 거와 같을 것이며


마음은 예전에
그대가 마지막으로 이별을 고했을 때

붉은 장미보다 짙은 그대 입술에 묻은
빨간 립스틱에 키스를 하고 싶소

그리고 나는 그대가 예전에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그대가 지쳐 쓰러지는 곳으로도 가보고
쉬어가던 그곳이
마음의 고향이라 여기고
멀리 달려왔다고 말하지도 않으리오

바람의 언덕에 있는
작은 그 카페에 들려서
둘 만에 사랑의 속삭임에 눈물 떨구던
한 숨 쉬어가며 마셨던
그 찻잔 속에 떠오른 그리운 그대

누구나 다하는 이별
지난 사랑에
가슴 아픈 사랑 하고 싶지 않아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구속되고도 싶지 않아

사랑하는 이의 이별은

왜 사랑의 변주곡으로 남아야 하는지 모르겠소

다가오는
멀어질라치면 다가가려고 하고
멀어지는 이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면
우리 사이 타인의 시샘도 둘 시간도 없이
늘 바쁜 시간을 쪼개어

깨알같이 바쁘게 사랑했잖소

그대와 나와의 지속된 만남은
우리들 사랑의 예감에

언제나 늘 그러하였듯이
다정하지 만은 아니하였소

바람의 언덕 그 찻집에서
그대에게 마지막이 될지 모를

이별이 있는 곳에는 사랑도 영원하며

그 사랑이 영원할 때

나 그대에게 사랑의 세레나데를 들려주리다

이별의 연습은
늘 그래 왔었

옆에 있을 땐 짝사랑을 염두해 두었다가

곁에 없을 때는 외 사랑을 사모하였소

그 사랑 앞에선

그 사랑타령이 소중한 줄 몰랐고
시듬시듬 하기 시작할 때

다가오는 현실 앞에선


아무리 좋은 것도
철마다 꽃이 피고 지는 것에도
사랑의 예감은

언제나 미로와 같았 이다

이별의 연습은

언제나 예고된 헤어짐도 아니오

이별의 예감
언제나 그대의 몫도 아니랍니다

그건 아주 쉬운 대답일 줄 몰라요
거리가 멀어질라치면
시나브로 네게서 멀어지고
온갖 달콤 새콤한 부수적인 말들에


갖은 유희와 애락에 타락한 것들 앞에서
언어의 도단으로도 막을 수 없는 우리 사이
나와 그대는 한결 같이 같은 극성을 달려온 것 같았소

그러나
이별의 예감은
이미 그대와 나와의 사랑을
늘 직감 적으로 멀어지게 하는 것을 몰랐던 거야

그래서
너를 위해 준비해 왔어
이별의 마지막 변주곡
제 4장 아리아를 위한
사랑의 세레나데 G협주곡 라단조

[이별 여행]


이별 여행을 떠나요

이별 연습을 못해봤어요


사랑 연습은 많이 해 보았지만

그것이 미처 사랑의 종말인 줄은

꿈에도 몰랐답니다.


순수한 사랑은 추억으로 남지만

순수하지 못한 사랑은

이별 후에는 상처로 기억되니 말이에요


더 이상의 내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마저

앗아가지 말아주세요


그대 없인 못 살아
한없이 바라보던 때에
먼발치서 그대 눈길 바라보는
애틋한 마음마저 잃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그것이 내가 그대에게 해줄 수 있는
그대를 위한 길이며

그대 또한 나를 위한
유일한 선택의 길이 되어가니 말이에요


[2018.4.10 덕수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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