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彼岸)의 세계

- 일출과 기다림

by 갈대의 철학

피안(彼岸)의 세계

- 일출과 기다림


시. 갈대의 철학[蒹葭]



그리움은 기다림을 낳고

기다림은 사랑을 낳으며

사랑은 인내를 기른다


일출을 기다리기까지

이른 아침부터
잠든 이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 마음은 경건하며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를 드리며


아득히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에 귀 기울이면

다시 못 올까 염려되어 앞서는 마음 앞도

일찍이 새벽을 맞으며 깨우고


고향을 떠나 온 지 몇 해가 지난 것 같다

불과 엊그제 흘러 들어간 것 같은 마음이

이제는 오래전 연인을 기억하는 것처럼

다가오고 추억되니 말이다


역시 사람이든
사물이든 정든 곳을 떠나오고

그 빈자리의 여운들이
얼마나 그리워하였던지


사람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터전을 잡는 것은

우리가 일상의 습관들처럼
꽤 익숙하지가 못하고


그것들의 여러 환경들이 있겠지만

요즈음은
어느 한 곳 마음 둘 곳이 없는 것 같다

마치 차가운 바다 깊숙이
내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처럼


세상에서 가장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도움을 주며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가까운 이

그날이 오면
벚꽃이 만발해 가슴 아픈 사랑 묻어두고

세월의 흔적에 주름 한 번 펴지 못 한채

세상을 등지고

나 이제 어른이 되어서

그 분의 쌍두 마차를 다시 타며

그 머나먼 여정 길을 다시 떠나네


그분을 바라보고

청아한 목소리만 들어도

이 내 마음은 잠시 사라졌던

그 겨우내 차가운 마음처럼 녹아내린다


부모님 날 낳으시고

내 두 손으로 흙을 고이 뿌려주었을 때

그 안에 행복을 찾았고

내 안의 세계를 믿어 왔었


그 피안의 세계 속에 갇혀있었을 때

내 두 귀를 맑게 해 주고

천상의 소리를 들려주는 이가 있었나니


고립된 사각지대의 틀을 깨트려주고

희망을 불러주었던 나의 사랑 그리운 벗이여

나는 네가
늘 옆에 멀리 떨어져 있어도

봄바람의 살랑 이는 숨결을 느낄 수 있었으며


산의 메아리가 울림이 되어

나의 뇌 운의 귀청에
아련한 동화 속을 꿈꿀 수가 있었다네


그리고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늘 망각의 자유를 꿈꾸며

그 고운 두 손을 내밀었을

그 님의 손 끝은
호수의 파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이 낙후된 새장 속의 고립된 현실들 속에서

그나마 위안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나의 님

보고 싶은 님이 나를 기다리며

기러기 벗 삼아
간간히 소식을 접해주었을 때

환청으로 삶의 영속성을 부여해 가고 있었다네


마치 어제 잠든 그 꿈속의 동화 속에서 말이지

[2018.4.12~ 청계천 에서.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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